이따금 당신들은 내게 묻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난 남편이 싫어요.
혹은
남편이 싫진 않은데도 그이를 사랑해요.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만, 그 때문에 남편에게 더 잘해주게 되니
괜찮은 것 아닐까요?
남편도 좋지만 그 사람은 내게 활기를 줘요. 난 그 기쁨을 포기할 수 없어요.
내 대답은 늘 현실적이고 비슷하다.
나는 공자왈 맹자왈은 일단 배제하며 묻는다.
당신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들키지 않아야 한다.
뱀같은 슬기가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래야 서로 다치지 않으니까.
유념하시라, 배우자에게 더 잘해줄 필요는 없다.
평소처럼 하면 된다.
당신은 연정으로 인한 마음의 설렘을 담담히 절제할 수 있는가?
집안 일을 하다가 그 사람 생각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거나
곧잘 얼이 빠져 있다면 당신은 실격이다.
당신의 배우자는 금방 당신의 문제를 눈치챌 지 모르니까.
이 악물고 모질게 참을 지어다.
또한 당신은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들키지 않는 비결 중, 이 부분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 한다고 본다.
양심의 불안은 당신에게 불온한 기를 발산하게 하여
설령 현장을 잡히지 않아도 언젠가 들통나게 될 것이므로.
고로,
당신은 당신의 연사戀事에 충분한 당위성을 확보함은 물론,
철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양심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성실하고 아름다운 연애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일부일처제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공부도 곁들이면 좋겠다)
만약 이런 것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당신은 적어도 배포라도 두둑해야 할 것이다.
들키지 않으리란 환상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을 게다.
들켰을 경우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정도는 미리 머리에 그려두어야 한다.
물론 가상과 현실은 차이가 많으나 그래도 이런 준비는 필요하다.
한데 난 늘 궁금하다.
당신의 그 남자는 과연 모든 걸 걸어도 좋을만큼 괜찮은 인간인가?
단지 당신의 배우자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말해 일종의 반동 작용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면 일찌감치 걷어치워라.
세상에 완전하고도 좋은 인간이 어디 있는가.
그 남자도 언젠간 싫어질 인간이 분명하다.
'그 넘이 그넘, 그 뇬이 그뇬'이란 우스개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사람이 정녕 좋기에 사랑하는 거라면
어쩌겠는가. 그저 잘 되기를 빌어줄 밖에.
당신의 불륜(?)에 기쁨과 보람 있으라!
바라건데, 연인의 유효 기간이 끝나도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기를...
결론은,
사랑이란 아무나 함부로 값싸게 하는 게 아니란 야그다.
한데 아무나 함부로 값싸게 하니 눈물의 씨앗이 되는 거란 야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