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만원(10,000 원)

tlsdkssk 2005. 7. 20. 18:30

쑥스러운 얘기지만, 가난과 친숙한 내 옷장과 신발장엔 만원짜리 물건이 적지 않이  있다.

만원짜리 머풀러, 만원짜리 바지, 만원짜리 부라우스, 만원짜리 운동화,  만원짜리 샌들.......

 

지갑 속에 적어도 몇만원의 현금은 항시 넣고 다니다 보니, 오다가다 눈길을 끄는 값싼 물건이 있으면 일단 기웃거리게 된다.

돈 값어치가 떨어져  이제 만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한데 만원을 열번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십만원을 한 번 쓰기는 보통 망서려지는 일이 아니니  웃기는 일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나는 어느 새 이렇게 길들여진 모양이다.

  

예외가 있긴 하나, 물건 값이란 대개는 그 값만한 값어치를 지닌다. 고로  만원 짜리 물건은 그 정도의 가치밖엔 지니지 못한다. 

 

싸구려로 그득한 옷장을 보며 나는 때로 반성을 한다. 다음번엔 횟수를 줄여 좀 나은 물건을 사오리라.

 

그러나 나는 어느덧 만원짜리에 굳어졌는지,  쉽게 사고 잠깐  즐기며 부담없이 던져버리는 만원짜리 재미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값비싸게 사들인 물건은 아끼다 보니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일단 드라이클리닝 비용도 무시 못하겠고, 금세 싫증을 잘 내는 내 기호에도

맞지 않는다. 하여 나는 단연 중저가 물건을 선호한다.

  

하지만 요즘은 상품 질이 좋아져 때론 만원짜리로 횡재를 할 때도 있다.

아래 위 각각 만원씩 2만원으로 치장했는데, 젊은 여성들이 열배의 값어치로 봐주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횡재가 있는 한 나는 만원짜리 인생을 결코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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