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일 때가 있다.
고요하던 호수가 조약돌 하나로 물결치듯이,
감동이란 그리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되레 작고 섬세한 것일수록 감동의 결도 비단처럼 곱다.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던, 전철 안에서의 일도
내 가슴에 결 고운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날, 서울역에서 ㅅ씨와 ㅈ씨를 만나게 돼 있었다.
ㅈ씨와 나는 서로 마주 오는 전철역 중간에서 합류하여
서울역으로 가게 되어 있었는데, 날이 몹시 무더워
나는 민소매 원피스 차림에 덧옷을 팔에 걸치고 전철에 올랐다.
차 안의 냉기가 춥게 느껴져 다시 덧옷을 입으려 하는 순간,
내 왼쪽에 앉았던 ㅈ씨는 내가 입기 편하도록 얼른 거들어 주질 않는가.
난 그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빙긋 웃기만 했는데,
말하는 순간, 가슴에 물결치는 파문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였다.
입을 다문채, 나는 다만 가슴의 떨림을 가만히 음미하며 앉아 있었다.
미려한 파문과 떨림이 주는 그 달치근한 감동을.........
그러니까, 내가 스물아홉살 적의 아주 추운 겨울의 일이다.
어린 아들과 나는 동시에 심한 기침 감기를 앓고 있었다.
내가 기침을 콜록이며 아이가 진찰받기 좋도록 도와주고 있을 때,
닥터가 말했다.
"엄마도 함께 치료를 받으셔야 겠군요.
제가 청진을 해도 되겠습니까?"
얼결이라 나는 고개를 끄적이며 진찰하기 좋도록 웃옷을 걷었다.
한데 닥터는 청진기를 자기 손으로 한동안 데운 뒤에
내 몸에 갖다 대지 않는가.
요즘처럼 난방이 잘 된 시절이 아니었기에, 닥터는 자기의 손으로
청진기를 따듯하게 했던 것이다.
그 배려가 얼마나 고맙고 감동적인지 나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