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유전인자

tlsdkssk 2005. 7. 6. 09:51

초우 선생께서 내게 보내려고 장만해둔 채소를,

모 교회 장로 내외가 반짝 들어 갔다고 한다.

농협으로 상자를 구하러 간 사이 일어난 일이라는데,

그들이 검턱스러운  데가 있어

전에도 더덕을 뽑아가고,

이번에는 콩도 넝쿨째 걷어 갔단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화재 난 집에 위문차 와서 그들이 무얼 보태주었는지 모르나,

주인이 없는 사이 물어보지도 않고 남의 채소를 들고가다니...

그런 일은 친근한 사이라도 결례 되는 일이다.

더구나 교회 장로가 한 일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하기야 장로란 직분과 그 인간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으랴.

장로란 직분으로 그럴듯한 폼을 잡고 자기 연출을 할수 있을지는 모르나

타고난 인성이란 간단히 고쳐지는 게 아니다.  

 

타고난 성정이 신앙을 갖고 있다해서 고쳐지는 게 아닌듯

신앙 없이도 얼마든지 착한 사람이 있고,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종교적 마인드를 기본에 깔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이 있다.

교회에 열성적인 사람 가운데도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 타고남의 문제라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지 궁금하다.

 

최근에 기르기 시작한 네 종류의 관상어(열대어)가 있는데,

고작 작은 멸치 만한 놈들인데도 종류에 따라 성격이 다른 것 같다.

그 중 '제브라'  종의 한 놈은 다른 고기를 괴롭히기 좋아한다.

운동량도 많고  속도가 빨라 마치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보인다. 

그놈이 무슨 의지를 가지고 그러겠는가.

놈은 단지 그렇게 타고난 것  뿐일게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의지조차도 이미 프로그래밍 된 조건 하에서

발휘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 조합의 미스터리를 알고 싶다.

어찌하여 누구는 그리도 검턱스럽고, 누구는 그리도 욕심이 없는가.

어찌하여  같은 부모 밑에 살인자 가 나오고 효자가 나오는가.

카인과 아벨의 비극은 신이 아벨의 제물을 기쁘게 받아주셔서가 아니라,

카인의 유전자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검턱스럽다'  란 탐욕스럽다의 토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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