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3인치의 세월

tlsdkssk 2005. 7. 4. 11:14

여름옷을 챙기다 보니 전에 입던 옷들이 죄다 작아져 있다.

줄자로 재어 보니,  가슴, 허리, 엉덩이가

30대 중반 때보다 무려 3인치나 늘어나 있다.

그나마 다행한 건, 이 세부위가 비교적 골고루

늘어나 있다는 사실.

그 덕에  균형이 크게 망가지진 않았지만

허릿살은 무려 3.5인치나 늘어났다.

 

30대 중반만 해도 내 몸은 코스모스 체형인데,

요즘 내 사진을 보면 퉁퉁 불어 있는 모습 같아 재미가 없다.

마흔 중반으로 접어들며 몸이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을 때

첨엔 꽤나 엄살을 떤 것 같다. 몸이 둔해 죽겠다고, 기분  나빠 죽겠다고.

그러면서도  점차 그 둔박함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한데 몸 둘레가 3인치나 늘어나고 몸무게가 6키로나 늘어난 

20년의 세월동안 나는 무얼 또 늘렸을까.

얻은 건 무엇이며 잃은 건 무엇일까.

 

종교성은 줄어 들고, 문학성은 늘어났다.

여자 친구는 줄어들고 남자 친구는 늘어 났다.

흑백 논리는 줄어 들고, 사고의 융통성은 늘어 났다.

교우는 줄어들고, 문우는 늘어났다.

수심은 줄어 들고, 웃음은 늘어 났다.

희생 봉사 극기는 줄어 들고, 유희는 늘어 났다.

연상의 벗은 줄어 들고, 연하의 벗은 늘어났다.

집착은 줄어들고, 체념은 늘어났다.

새침은 줄어들고 넉살은 늘어 났다.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자의 세 시기>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老女의 모습을 몹시 비참하게 그려 놓아 거의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뚱보든 말라깽이든 중요한 건 균형이다.

그나마 균형이라도 깨어지지 않게 노력해야지.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섭이  (0) 2005.07.05
너는  (0) 2005.07.05
.........표 (말줄임표)  (0) 2005.07.02
누드(Nude)와 네이키드(Naked)  (0) 2005.07.01
단순한 열정  (0) 200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