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꽃길만 걸으세요?

tlsdkssk 2019. 12. 4. 10:06

흔히 덕담이라고  주고 받는 말 중에 꽃길만 걸으라는 말이 있다.

예전엔 '부자 되세요'라는 원색적인 말들이 오갔는데,

이제는 부자가 꽃길이 되었다.

부자나 꽃길이나 고생없이 행복하라는 의미일 터나

나는 갑자기 그 말들에게서 모순과 자가당착을 느꼈다.

꽃길만 걸으라고?

그래, 원대로 꽃길만, 오로지 꽃길만 걷는다고 하자. 종내는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니.

향기도 마침내는 무감각해 지고 말지니.

황무지를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늘 꽃만 피어나는 꽃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부자가 되라는 말 또한 부자가 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을 수반해야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자가 된다는 건 대체로 이기적인 마인드로 살아가야만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타인을 자신처럼 생각하고 남의 딱한 처지를 아파하며 사는 사람이 부자가 되기란 낙타가 바늘 귀로 빠져나가는 일만큼이나 현실성이 희박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부자란 대체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진 것을 의미하는가?

가난도 층층이지만 부자도 층층이고 상대적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자라 일컫는 것은 얼마만큼의 부를 축적해야 해당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내가 좋아하는 교우 M 형님은 법을 어기지 않고, 딱한 이웃을 그냥 봐넘기지 못하며, 돈을 꾸어 달라는 가여운 이웃이 있으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도와주더니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서울 집을 날리고 대전에 내려가 작은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어제 그녀에게 전화했더니,

"안나 씨, 내가 사는 집이 옹색하고 좁아도 감사한 생각이 들어. 내가 전처럼 넓은 주택 지니고 살았어봐.

이젠 늙어서 내 몸 하나도 까딱하기 힘든데 집이 작으니 딱이야" 했다.


20년 전쯤, 그녀는 어느 딱한 사람이 돈을 꿔달라고 하자 있는 대로 털어서 빌려주었다.

한데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그녀는 식당 주방 알바를 하며 그 손실 액수를 메꿔나갔다.

그녀는 바람부는 황야를 통과하면서도 꽃씨를 뿌리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꽃길만 걷는 사람이란 황무지에도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녀와 통화를 하는데, 너무도 보고싶은 마음에 눈물이 뺌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만간 대전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고 올 예정이다.

꼭 안아주고 싶다, 꽃길만 걸어 온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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