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드디어, 드디어!

tlsdkssk 2019. 12. 3. 19:11

드디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L과 연락이 되어 그가 k에게 내 소식을 전하며 약속 날짜를 잡았다.

우리 집에서 18일에 보기로 했다.

못 본지가 20년은 되었을 옛 남성 문우들인 두 사람.

나는 그 옛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진종일 가슴이 울렁거렸다.

만나면 그냥 즐겁고 대화가 무진장 펼쳐지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비주얼 또한 빼어나서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프랑스의 미남배우 알랑 드롱을 연상케 하는 k와 니콜라스 케이지를 상기시키는 L은

세대 차이가 있음에도 대화가 겉돌지 않고 유쾌했었다.



1990년대 말경 살았던 합정동 집은 늘 손님들로 붐볐다.

남편은 직장 일로 대구에 내려가 있어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아들은 호주에 가 있어

나는 더없이 자유로운 신세였고 그 덕에 우리 집은 방문객들로 늘 붐볐다.

일주에 한 번은 당시 내가 근무하던 병원의 정신신경과  환자들과 우리 집에서 요리 실습 시간을

가졌고, 문우나 교우들과의 친목도 잦았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겐 언제나 손수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했는데, 그때는 그 일이 전혀 힘든 줄을 몰랐다.

이태리에서 오신 두 분 수사님들께 비빔밥을 대접했을 때, 파불리치오 수사님은

이제껏 먹어본 비빔밥 중 가장 맛있다며 두 그릇이나 드셨던 일도 있었다.

그 때 L과 k도 한 자리에 있었는데 그도 비빔밥을 더 먹었던 기억이 난다.

L은 몇 번인가 빨간 장미꽃다발을 들고 와서 나를 설레게 했고, 때론 그의 친구인 역사 선생님을 데려오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12월의 저녁 시간에 L과  k와 비구니였던 니련스님과 술마시며 늦도록 문학과 인생을 논하며

촛불 파티를 했던 기억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는 그날 술 기운 때문이었는지 분위기를 돋우려 유리잔에 삼색의 초를 꽂아놓고 촛불을 밝혔다.

초의 길이가 점점 낮아지며 이윽고 글라스 밑부분에서 타들어가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탁~ 소리와 함께

유리글라스가 깨져버렸다. 그것으로 우리 모임도 끝났다.

어디 추억이 한 두가지랴.

소설가이던 그들은 이제 K만 여전히 문학활동을 활발히 하고,  L은 작품활동을 쉬고 있는 것 같다.

이른 결혼을 했던 k는 장성한 자식을 거느리고 있고, L은 여전히 총각을 고수하고 있다.


드디어, 드디어, 보고싶었던 그들을 만난다. 예전처럼 우리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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