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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의 일인가요? 트럼프가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 알바그다디의 "작전 중의 자폭"을 웃으면서 발표했습니다. 그 때도 그렇고, 지난 번에 오바마가 빈라덴을 죽였다는 발표를 했을 때도 그렇고, 제가 느낀 것은 어떤 충격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불편함이랄까, 이런 것이었습니다. 일단 그 경위가 어떻고 어떤 사람이든간에 우리와 '동류'인 인간의 죽음에 대해 경사처럼 이야기할 때에 느껴지는 그 경망함과 폭력성은 불편해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간에 그를 살인해놓고 자화자찬하는 모습 보기가 너무나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살인을 자랑 삼아 이야기하는 그 태도도 그렇지만, 이런 "정적 제거"의 법적인 지위가 도대체 무엇인지 저로서 전혀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전시에 교전국의 제복 입고 저항 포기를 표시하지 않는, 부상하지 않은 군인에 한해서는 교전 중의 사살은 '합법'으로 인정됩니다. 그런데 "아슬람 국가"나 "알카에다"를 국가 내지 교전단체로 인정하지도 않은 미국은, 도대체 어떤 법적인 근거로 그 지도자를 살인하는 것이죠? 그 지도자가 민간인이고 미국이 그 지도자에게 테러리즘 등의 혐의를 적용시키고자 했다면, 체포한 뒤에 현지 당국에 넘겨 재판하는 게 법리입니다. 알바그다디나 빈라덴이 어떤 인간이든간에 그들도 원칙상 법절차와 변호 등의 만인이 누려야 하는 법익을 상실해야 할 근거는 근거는 없지요. 데테러전이 만약 법치국가 이상 포기의 명분이 된다면, 그 순간에는 대테러전을 선포한 미국이야말로 커다란, 전지구적 규모의 테러단체가 됩니다. 글쎄, 모르긴 몰라도 타국 영토에서 어떤 타국 국적 내지 무국적의 민간인을 지목하여 그 어떤 법 절차 없이도 그저 현장 살인하는 것은 교전 행위가 아니고 테러행위라고 볼 여지는 아주 큽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에 의한 타국 영토에서의 무법 살인은 인제 주요 국가 사이에 점차 '유행'이 돼간다는 점입니다. 물론 "초강대국"인 만큼 미국은 이 업종 (?)에서는 단독 1위입니다. 2006년 이후 미국이 파키스탄의 영토에서만 무인기를 통해 죽인 "테러 혐의자와 부속 희생자"는 2천5백명 이상이 되고 그 중에서는 적어도 160명의 아동도 포함돼 있습니다. 개중에 미국의 장교들이 봐도 "테러리스트"로 보이지 않는 갓난아이, 젓먹이 아이들도 수십 명이 포함돼 있고요. 그런데 미국은 살인업 대국이라 해도 그 업종도 경쟁적이긴 합니다. 이스라엘 같으면 팔레스타인 저항 (인티파다) 시절인 2002-2008년간 387명의 팔리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였습니다. 그 중에서는 234명은 지목 받은 "표적"들이었고 나머지는..."부속 희생자", 즉 이스라엘 군이나 안보기관이 봐도 아무런 죄과도 없는 아랍인들이었죠. 아이들도 그 중의 상당수고요. 러시아는 전세계적으로 과거 체첸 무장 독립 운동의 관계자들을 사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예컨대 2019년8월말에 독일, 백림의 모아비트 지구의 공원에서 체첸 투쟁 유경력자인 젤림칸 칸고쉬빌리가 러시아 안보기관의 자객으로 추정되는 한 러시아 남성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백주대낮에요. 이런 일은 거의 매년 일어나고 보통 언론의 주목도 잘 끌지 않습니다.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와 같은 커다란 "살인 공장"에 비하면 어쩌다가 수십년만에 한 번 김정남 암살 같은 일을 벌일 정도가 되는 북조선은 거의 '수공업'에 불과합니다. 국가에 의한 국제 살인은 이미 거의 일상화, "정상화"된 셈입니다. 사우디가 작년에 왕실의 비판자인 카쇼기를 이스탄불에서 토막살인했다고 헤서 무역 내지 투자 차원에서는 불이익이라도 받은 게 하나 있나요?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이스칸불에서 체첸 투쟁 유경력자들을 살인해왔지만 (마지막으로는 3년 전에 유명한 게릴라 지고자인 압둘와키드 에델기례예프를 거기에서 백주대낮에 거리에서 사살했죠), 뭐 토이기와의 외교관계상으로는 문제 된 일도 없었죠. 그리고 특히 이슬람 계통의 운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와 같은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의 "공장식 살인업"을, 이슬람 계통 소수자들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야만적인 행각도 보다 쉽게 가능하게 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가 벌이는, 1년에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하등의 절차도 없이 빼앗는 국제 암살전을 배경으로 하면 중국이 신강성에서 벌인 백만 명 이상 위구르족의 "집중배훈학교에서의 훈련" (무법 수용소 입소 및 강압적인 "교화 재교육")은 거의 "온건 노선"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지금 중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이슬람 세계에서마저도 거의 비판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미국보다 중국의 비중이 훨씬 크니까요. 암살전에 이어 수백만 명 단위의 강제 수용소 입소도 "정상화"되면 우리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 향할까요? 아우슈비츠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오늘날에 이루어지는 야만의 "정상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에서는 반란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납니다. 유럽의 불란서 ("노란 조끼")부터 중동의 레바논, 극동의 향항, 남미의 첼레와 콜럼비아, 볼리비아에서는 "광장"이 폭발되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공황을 앞둔 위기의 세계인 만큼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만약에 국가 폭력, 국가적 암살이나 무법 수용의 "정상화"가 계속 지속되면 앞으로는 여러 국가들이 "반테러" 전술을 얼마든지 길거리의 시위자들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두 제벌과 관벌의 무법 독재에 반대자들이 무더기로 희생되고 노골적인 폭력이 지배하고 있는 젝 런던의 <강철 군화> (1908년)와 같은 세계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국가적 살인, 국가적인 무법 체포, 수용에 지금부터 비판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국가적 야만을 미리 막지 못하면 나중에 늦을 것입니다.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 없을 것입니다.... |
약 10년 전인가, 한 번 1호선을 타고 종각역쯤에서 겪은 일이었습니다. 역에 도달하자 영어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저 옆에 지하철 차량의 한 모퉁이에 친구 일군과 함께 선 한 교복 차림의 여고생은 돌연히 친구들에게 내뱉았습니다: "영어, 영어, 난 당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세상이 좀 알아주었으면...나는 너를 증오해, 영어!" 저는 전후맥락을 당연 잘 알 리가 없지만, 그 여고생은 꼭 영어 시험을 앞두고 있었던 듯한 눈치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들리는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증오할만도 하겠죠? 비극 중의 비극이지만, 평균적 한국인의 인생은 한국어와 가장 사이 먼 언어 중의 하나를 얼마나 내면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한국어와 속하는 어족도 다르며 발음 구조도 다르고, 중첩되는 어휘도 예컨대 중국, 일본어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현대 영어 어휘 중의 희랍, 라틴어 계통의 단어들이 약 30% 정도를 차지하며, 러어를 포함한 구주 계통의 언어 모어민들에게 적어도 이 단어들만큼 낯설지 않습니다. 제게 예컨대 전립선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제가 노르웨이에서나 영미권에서 비뇨기과에 들르면, '전립선'은 제 모어인 러어와 거의 비슷하게 prostate 같은 단어일 것입니다. '비뇨기과'의 영어 (urology)도 러어의 해당 단어와 거의 동일하죠. 한국어 모어민들에게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잇점은 있지만, 영어권에는 없습니다. 한국어의 대부분의 전문용어들은 명치시대에 일본에서 일어로 번역돼 조선으로 유입된 근대의 신조된 한자어들이니까요. 그러니 한국어 모어민으로서는 영어 구사란 러어 모어민에 비하면 아마도 몇 배 이상의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어휘를 일단 익히고 기본적 청취, 발화, 작문을 구사해도 어차피 영미권에서 살아보지 못하는 이상 발음의 '현지화'는 어렵고 영어권에서 '산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우엔 계급적 특권의 문제고....산 넘어 산이죠.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정말로 '증오'할만도 한 이런 고생을 '모든' 한국인들이 하게 됐는가요? 글쎄, 한국에 있어서의 영어의 패권적인 위치란 사실 유서가 좀 깊긴 합니다. 이미 개화기, 일제감정기 때부터 주로 미국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조선 토착 엘리트의 중요한 일부분을 이루었습니다. 서재필, 윤치호, 윤치영, 조병옥, 김활란, 김현철, 박인덕, 여운홍....개화기의 도미유학 유경험자는 약 50명, 1910년대에는 26명, 1920년대에는 332명, 1930년대에는 96명 등 해방 이전까지 다 같이 합산해도 500명 안팎이며 그 중에서는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잔류한 사람들도 상당수이었지만, 그들의 조선 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그때만 해도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어차피 식민지의 유식자들은 영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1920년대의 조선의 고등보통학교 (중, 고등학교) 같으면 영어 수업은 1학년에는 주당 6시간, 2-3학년에는 7시간, 4-5학년에는 5시간이었습니다. 1927년에 개국된 경성방송국에서는 라디어 영어 강의도 진행했습니다. 일제 지배자들이 조선인들에게 '국어'라고 했던 일어를 강요했던 것과 동시에, 대미 전쟁의 시기만 제외하면 영어를 '문명의 언어'라고 존중히 모셨던 (?) 것이죠. 일제 때도 그렇지만, 일제가 물러가고 미국의 '직접적 지배' 아래에 들어간 이후로는...영어는 그 전에 일어와 영어가 받았던 각각의 그 '대접'을 동시에 단독적으로 독점하게 됐습니다. 미군이 인천에서 상륙한 1945년9월8일부터 시작된 "영어의 독점적 패권의 시대"는, 지금도 그냥 계속 진행중입니다. 해방 이후에는 '영어 전성기'는 두 번째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미군정 시대죠. 영어를 일본학교에서라도, 대충대충이라도 배웠으면 미군의 통역이 되어서 갑자기 엄청난 권세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죠. 6.25 전쟁때에는 영어 능통자는 일반 징집 대상자와 달리 통역장교라도 되어서 적어도 목숨 부지하기가 훨씬 더 쉬웠으며, 이승만 시대의 '원조 경제' 시절에 여전히 비교적 쉽게 "출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중상주의적 개발 독재가 '국어'를 내세워 영어의 위신을 약간 상대화시켰지만, 또 실은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개발 독재의 실세들이 영어보다 일어를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상당수가 일군 장교 내지 일본 대학 졸업자 출신들이었으니까요. 때마침 1965년에 한일 수교가 이루어져 한국 관료들의 일본 시찰, 일본 따라배우기 시대가 다시 열렸죠. 그런데 1997-8년 IMF 위기 이후로는 해방 이후의 역사에 있어서의 두번째 '영어 전성의 시대'가 다시 열립니다. 일본의 비중은 이미 상대화됐고, 일어를 모어 비슷하게 구사했던 박정희나 이병철, 구인회 등등 일제 시절 관료, 사업가 출신 '큰 오야붕'들도 거의 다 이미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영어를 견제할만한 '적수'가 더이상 남지 않았던 것이죠. 거기에다가 신자유주의가 되어서 구미권 자본이 국내 금융계를 장악하고 국내 제조업 자본이 동남아시아를 경제 식민화하고 해외 취업이 잘 뚫리지 않는 취업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뜨고....그리고 거기에다가 나리킨, 나리킨이 다 된 대한민국에 금전적 여유가 생겨 도미유학부터 '원어민 영어'까지 그저 중산층까지 다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 재화가 된 것입니다. 식민지 시절 통들어 미국 유학을 갈 수 있었던 조선인들이 500명이나 될까 말까 했는데, 지금 현재 유학 중인 도미 유학생의 수는 5만8천 명 정도....비교나 되겠습니까? 괴물화되어버린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영어'는 과연 우리에게 지금 무엇인가요? 전통 시대의 한문과 같은 만능의 문화 자본인 셈이죠. 현실적인 필요성과 무관하게 영어 구사력의 정도가 계급적 신분과 정비례하기도 하고, 또 그 신분을 규정하기도 하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날의 영어의 위치는 식민지 시절의 '국어', 즉 일어의 위치와도 엇비슷하죠. 그 때도 조선 사회는 일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했던, 일본 학교를 졸업한 '고등 유식자'부터 일어 인사말 정도만 할 수 있었던 다수의 빈민까지 각종의 '일본어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주요한 같은 거물 정도가 되면 일어 글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일본 특유의 시 형식인 와카 식으로 시도 작시할 수 있었는데...몇년 지나면 한국에서도 영시를 잘 짓는 "글러벌 지식인" (?) 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뭐, 영어로 짓든 일어로 짓든 한글로 짓든 잘 짓기만 하면 경사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영어 계급 사회'에서 각자의 '영어 계급'이 본인이나 그 부모의 경제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정말로 큰 문제입니다. 영어라는 이름의 문화자본이 결국 각자의 계급적 위치를 고정시키는 데에 이용되는 것이죠. 경제적 격차가 언어적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우리가 과연 살고 싶은 것인가요? 제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박정희 식의 국어주의를 절대 주창하지 않습니다. 표준어, 국어를 절대시시키는 것도, 식당 노동자와 공사장 노동자들 중의 상당수가 표준어 아닌 연변말이나 고려말의 단어들이 섞인 러어 등을 쓰는 이 시대에는 상당히 억압적인 늬앙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세상은 영어가 오로지 그 본연의 기능, 예컨대 학자들의 국제 소통 등의 차원에서만 쓰이고, 언어의 다양성이 존중 받는 세상입니다. 월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다문화' 자녀가 학교에 가서 한국어와 함께 월남어도 배울 수 있는, 이런 세상이죠. 한글이나 독어, 일어로 쓴 논문도 한국의 학계에서 영어 논문 만큼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기도 하고요. 언어는 그저 필요에 따라 쓰이는 도구일 뿐이지, 어떤 한 언어가 물신이 되는 순간 언어 공부에 저처럼 평생동안 취미를 붙이는 인간에게마저도 그 언어는 증오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그런데 영어의 탈물신화는...미 제국이 지금처럼 쇠락의 길을 걸어도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는 수십년 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우리가 친일파 청산을 제때에 못해서 인제 사회적 문제에 부닺친다"와 같은 표현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전혀 아닙니다. 친일파, 정확히 이야기하면 식민지 시기의 토착 지배층은, 남한에서는 계속해서 그 기득권을 키워나갔을 뿐, '청산'된 게 그다지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한국 근현대사에서 '청산'된 과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친일파도 그렇지만, 친일파뿐입니까? 구한말 같으면 친일파도 당연 문제이었지만, 각종 토색질을 일삼는 민씨척족 등 세도 가문 "권귀"들의 국가 사유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민씨 계열의 탐관오리 중에서는 친일파 된 사람도 적지 않았죠. 예컨대 일제 강점기 경성의 최고 부자 중의 한 사람이며 일제로부터 자작의 작호를 받은 민영휘는 바로 가렴주구로 재산을 모은 민씨척족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선 백성들의 원성이 하도 강해, 임오군란 때에 민영휘 집부터 방화된 것이지요. 그런데 구한말에 국가를 오도하고 결국 일제 식민화 정책에 굴복한 탐관오리 무리들 중에서는 '청산'이 된 경우가 과연 있는가요? 민영휘의 손자인 민병도는 이승만 시절에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으며, 그 후손들이 지금도 대한민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학 농민 운동을 초래한 그 희대의 악정으로 유명 (?)한 조병갑은요? 고종으로부터 '근신' 처분을 받았을 뿐이고, 그 후손들이 일제시절 친일 언론계 등에서 활약했지요. 그 증손녀인 조기숙 교수가 "증조부가 역사의 희생양"이라고 그의 가렴주구를 대놓고 변명해도 정계에서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과거 관련자들의 죄과에 관대 (?)한 편입니다. 구한말, 일제가 그렇다고 해서, 그 뒤에 '청산'된 게 있습니까? 이승만 시대의 가장 번성했던 두 군데의 어용 재벌은 태창방직하고 삼성이었는데, 태창방직은 제1공 몰록 이후에는 쇠망의 길을 걸었지만, 삼성은 그 뒤에 승승장구해왔습니다. 제1공 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에 대한 '청산'의 '청'자도 꺼내기가 힘들었던 것이죠.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 정경유착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던 사람들이나 정권의 정적들에게 부당한 판결을 내렸던 법조인들이 과연 책임다운 책임을 진 적이 있었는가요? 인혁당 사람들이 사형을 당하고 '울릉도 간천단' 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고문을 당했을 때에 중앙정보부의 부장을 검찰총장 출신의 신직수가 맡고 있었는데, 손에 죄 없는 사람들의 피를 아주 많이 묻은 그는 '청산'되기는커녕 거의 죽기 전까지 자민련에서 정치질이나 편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죽고 나서는 물론 현충원에서 묻히고, 큰 사업가가 된 아이들이 그 아버지 경력을 자랑 삼아 이야기하고...그러니 친일파뿐만 아니고 구한말의 탐관오리부터 최근의 독재 정권의 형리들까지 '청산'된 게 거의 없는 것이죠. 살인마 전두환이 골프나 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과거 청산 실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며칠 전에 박찬주의 "삼청교육대 망언"을 들었을 때입니다. 삼청교육대에 잡혀간 약 4만 명 중에서는 3분의 1은 죄과, 전과도 없는 일반인이었습니다. 전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재판절차도 없이, 변호권 실현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사람을 잡아가는 것은 명백한 국가범죄죠. 그냥 잡아간 것만도 아니고 야만적 폭력을 가해,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만 해소 수백 명에 달합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강제노동수용소와 다를 게 없는 삼청교육대에 다녀오라고 박찬주가 말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청산'의 부재입니다. 삼청교육대를 조직, 운영한 국가 범죄 주범들 중에서는 처벌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있나요? 아무도 없죠. 그 피해자들이 겨우 취근에 보상을 받은 것이었는데, 국가가 망가뜨린 건강과 인생을 누가 다 보상할 수 있겠어요?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이나 어떤 집단의 복수욕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틀림없이 돌아오기 때문에, 그 과거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 청산을 해야 하는 것이죠. 민영휘와 조병갑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권력 남용 부정 축재 같은 범죄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고, 이승만의 어용 재벌 삼성을 청산하지 않았기에 이 삼성은 인제 국가 위의 지배기관이 된 것입니다. 김기춘 같은 유신시대 주인공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그들이 언제든지 다시 현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죠. 삼청교육대라는 이름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없었기에 언젠가 다시 권력을 쟁취할 수도 있는 극우들이 또 이런 유형의 인권 유린을 충분히 범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청산은 예방 접종입니다. 이런 예방 접종을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수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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