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인사동, 인사동

tlsdkssk 2019. 10. 24. 08:23


노소 불문, 인사동은 시간 보내기에 좋은 장소다.

골동품상이 즐비하던 옛시절의 고즈넠함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대신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간들로 언제나 활기차고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어제 H를 인사동으로 불러내었다.

내년초 뉴질랜드로 영구히 떠나가는 친구를 위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꾸며주고 싶었다.

백화점 같은 곳에선 옷 한벌이 수십에서 수백도 홋가하지만 인사동에선 온몸을 휘감는데

나가는 비용이 비교적 착한 편이다.

내가 이따금 들르는 그 상점은 3층 전관에 온갖 의상과 구두와 모자들이 빼곡하다.

H를 1차 그곳으로 데려가 코트와 바지와 조끼와 모자를 골랐다.

3층은 이월상품 할인 폭이 커 좋은 물건들 가격이 특히 착하다.


H는 대만족했고 모든 것이 아주 잘 어울렸다.

(H는 먼저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카운터 직원에게 택배를 부탁해서 짐도 가벼웠다. 머리 한 번 잘 돌아가네! )

내것은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며칠 전 이미 옷을 많이 사들여 반성하는 중인 데다가

결심을 굳히기 위해 하느님께 언약을 했던 터라 침만 삼켜야 했다.

최근 내가 의류 구입으로 지출을 많이 해서 하느님께 이런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견물생심이라지만, 아들네 오가는 길에 즐비한 의류 상점들 때문에 최근 너무 외적인 일에만 빠져

지출을 많이 했습니다. 옷장에 옷이 넘처나는 데도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이 가곤했지요.  저를 반성합니다. 

제 결심을 굳히기 위해 제가 또 의류 구입을 한다면 벌금 10만원을 주일 헌금 통에 넣겠습니다."

H는 이런 내 속을 모르고 자기 것만 샀다고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할 수 없이 사연을 고백했다.

"며칠 전에 나 옷 많이 샀어. 또 사면 10만원 벌금을 하느님께 내야하는데, 벌금 내기 싫어서 그래."  

H가 웃으며 응수했다.

"성령께서 너를 인도하셨구나.ㅋㅋㅋ"


다음엔 천연 쪽 염색 의류들을 파는 매장으로 옮겨 7만원짜리 모자와 5만원짜리 스카프를 샀다.

한데 쪽 염색 스카프가 넘나 맘에 들어 갈등이 생겼다.

H에게 나도 사고 싶지만 약속을 어길 수 없어 안 산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사주겠다고 한다. 대박! 자기 것만 샀다고 미안해 하는 친구의 마음도 좀 가볍게 해주고

나는 벌금을 물지 않아도 되니 이 아니 좋을 수가!

그녀와 나는 게속 성령 타령을 하며 웃었다.

"ㅎㅎㅎ 성령께서 의견을 주셨네, 하느님은 10만원 손해보시고."


점심을 목기 위해 인근 나주 곰탕 집에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그 대열에 껴서 차례를 기다렸다. 쇼핑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며 H는 수육이 더 들어간 특 곰탕을 주문했다.

언젠가 나주에서 먹었던 원조 곰탕 보다는 못했으나 그런대로 맛나게 한 그릇을 비워내었다.

이제 남은 수순은 까페를 찾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것.

매의 눈으로 상가를 훑으며 기왕이면 이층의 창가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찾았다. 

그러자 마침한 자리가 비어 있는 찻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실내는 외국인이 절반이어서 해외여행을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먼저 자리를 차지할 새라 나는 얼른 점찍어둔 창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또 하느님 타령을 늘어놓았다.

'봐라, 야훼께서 우리 자리를 마련해 놓으시지 않았느냐. 야훼 이레!"

대추차를 주문하고 두어시간 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는가 보다.

사는 이야기, 자식들로 인해 속 썩인 이야기......  


사진은 바로 그곳에서  한방 찰칵한 것.

인사동,

가끔 들르고 싶은 곳이다. 주변에 갤러리도 있고, 고궁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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