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운이 좋았다.
티비를 켜니 Arte TV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하고 있지않은가.
내용이야 훤히 알고 있고, 수 없이 음반으로 들었고, 작년엔 거금 주고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봤었다.
오늘 방영된 것은 대학 오페라 페스티발에서 공연한 것이었다.(서울대학교)
출연진들의 성악적 기량이야 세기적 성악가들의 그것과 견줄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더욱 몰입할 수 잇었던 건
일단 모든 출연진들이 젊어 악극의 스토리가 갖고 있는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유수한 오페라를 보면서 음색이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완벽하지만 비주얼이 어긋나 아쉬웠던 게
한 두번이었던가.
나이 들고 뚱뚱한 비올레타, 나비 부인, 토스카, 미미.....
오늘 봤던 비올레타는 아름다웠고 알프레도는 키도 훌쩍한 미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었다.
작년에 세종문회회광 공연을 볼 때도 눈물을 흘렸는데,
오늘 역시도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라 트라비아타는 자막 대사들이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내용보다 세심해서 더욱 극중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비올레타의 마지막 대사가 "아, 이 기쁨!"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지 않는가.
만개한 꽃송이가 말라 시들기 전에 툭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비올레타 역시도 사랑의 절정에서 지고 말았다.
아, 이 기쁨 하면서.
알프레도는 슬피 울지만 비올레타는 더 없이 행복하게 죽어갔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마저 없었다면 (0) | 2019.08.30 |
---|---|
전기 스탠드의 계절 (0) | 2019.08.25 |
클라우디오 아바도 때문에 (0) | 2019.07.18 |
그 많은 바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0) | 2019.06.23 |
왜 수필인가? (0) | 2019.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