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전기 스탠드의 계절

tlsdkssk 2019. 8. 25. 15:02


가을부터 겨울이 끝나기까지는 전기 스탠드의 계절이다.

전구 자체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더울 때는 전기스탠드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어제 저녁 5개의 전기 스탠드의 먼지를 닦아내고 가을맞이 준비를 해보았다.

책을 볼 때 사용하는 스탠드를 빼놓고 4개 모두가 따뜻한 불빛이다.

겨울엔 난방을 하지 않아도 스탠드의 불빛만 있어도 마음이 훈훈해왔다.

거기에 전기포트의 물을 부어 찻물을 끓이면 완벽해진다.

홀로 있어도 안온하고 훈훈하여 행복해지곤 했다.   


더위가 조금 누그러들어 요즘은 틈이 날 때마다 집안 정리를 한다.

옷가지도 비우고. 여기저기 박혀 있는 살림도 줄이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이 오면 서가의 책들을 대폭 비워내려 한다.

세월이 갈수록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할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내가 선뜻 줄이지 못하는 게 전기 스탠드와 색색의 쿠션들이다.

살림이라야 내다버려도 아깝지 않을 고물들이 주류건만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이

내 집을 예쁘게 봐주며 분위기 좋다고 칭찬하는 건 순전히 내가 아끼는 소도구들 때문이다.


어제 광주의 J선생에게 책 받은 인사를 하며 단숨에 다 읽었노라는 보고를 했다.

그리곤 작은 원탁에 올려 있는 그녀의 책 사진(다른 책도 있지만)을 찍어보냈더니

분위기가 좋다고 답신을 보내왔다.

집안이 별 볼일 없어도  적당한 장소 찾아 전기 스탠드 하나 놓으면 금세 분위기가 살아난다.

뭐랄까, 민얼굴의 여성이 립스틱 하나 바른 것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여기에 소파나 의자의 쿠션에 포인트를 주면 절반은 완성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비비드한 컬러의 단색 쿠션이다.

이따금 침구점을 뒤지며 눈에 드는 쿠션을 찾아보았으나 요즘은 단색 쿠션이 도무지 찾기 힘들어

전에 쓰던 것을 여태 사용하고 있다.

빨강에 가까운 다홍 쿠션과 광택나는 에메랄드 빛 쿠션은 오래 됐어도 버릴 수가 없는 품목이다.

만약 올가을에도 단색 쿠션을 살 수 없다면 마음에 드는 천을 사다가 쿠션을 만들 생각이다.



가을준비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인사동  (0) 2019.10.24
너 마저 없었다면  (0) 2019.08.30
이, 이 기쁨!  (0) 2019.08.03
클라우디오 아바도 때문에  (0) 2019.07.18
그 많은 바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0) 201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