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나는 네가 아니지만/민 혜

tlsdkssk 2019. 2. 28. 06:59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를 빌리고 싶을 때는 있다.

너는 삶의 윤리 의무로 부터 날개 달고 비상하길 꿈꾸고

나는 땅에 발을 딪고 삶의 의무나 질서 안에서 운행한다.

너를 만나는 날은 아주 잠시 내 겨드랑에도 날개가 돋는다. 

내 몸이 15초 정도 공중부양을 한다.

참새 깃털만한 날개를 퍼득이며

나를 스쳐간 너의 이름들을 불러본다.

슬픔이 없는 15초

슬픔의 진화

고양이 감정의 쓸모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들아.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의 날개를 빌리고 싶을 때는 있다.


<심보선의 시를 읽은 날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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