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를 시름시름 앓았다.
처음엔 왼쪽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것으로 시작되더니,
그 눈에 헤르페스가 생겨 눈꼬리가 찢어질듯 쓰리고 따갑더니(안과엘 다녔음) 다시 몸살이 전신으로 번져
전신의 아픔과 무력증으로 장악하더니(집에 있는 약으로 다스렸음) 드디어 위까지 탈이 생겨 그제는 아침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말았다. 즉시 토했으면 속이라도 가라앉았으련만 메슥거리는 증상이 오후 4시까지 계속되어 낟알 한 알 못 넣고
생으로 굶다가 16:40분 무렵에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하고 말았다. 아침에 먹은 낟알이 하나도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는 걸 보며
속이 막혀도 정말 꽉 막혀있나 싶었다.
솔로 생활이란 아플 때가 특히 힘들다.
병원에 갈 힘이 없어 약이라도 누가 사다주었으면 도움이 되련만 상비약이 떨어지면 그저 막막해진다.
나는 아침 먹은 것을 토해 낸 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제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아침이 되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두통약을 먹으려다 빈 속이라 죽이라도 몇 술 뜨는 게 좋을 듯 싶어 힌죽을 끓여 몇 술
입에 떠 넣고는 두통약을 먹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동네 내과를 찾았다.
내가 다니는 내과는 환자들이 많아 원장에게 진료를 보려면 아침 8시 경에 가서 미리 예약을 하고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여 나는 부원장의 진료를 받는 적이 많았고, 어제도 부원장 진료를 청하였다.
기운이 없어 행여나 횡설수설하지는 않을까 하여 어제는 그간의 내 신체 증상을 메모해갔다.
부원장에게 메모장을 내밀며 요즘 계속 몸이 좋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부원장 왈,
"우유, 요구르트, 과일, 채소, 야채샐러드."
하며 말을 끊더니 더 이상 말이 없다.. 자세는 뻣뻣하고 사뭇 건방져보였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아래일 텐데도..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그런 걸 먹으라는 건가요?" 묻자,
그제사 그는
"먹지 말라구요."했다.
처방전을 받아 나오려는데, 그의 갑질에 화가 치밀어 소리라도 질러주고 싶었다.
"선생님은 혀가 반토막이신가요?"
" 환자가 많다고 유세부리시는 건가요?"
다음에 그가 환자가 되면 꼭 그와 같은 의사를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