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였나,
아침 산책 길에 중랑천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었다.
하늘 향해 수많은 팔들을 벌린 나무가지처럼 나도 하늘을 향해 하늘을 안을 듯 두 팔을 벌려보기도 했다.
하늘 빛깔은 청명했고 코발트 블루 사이로 듬성듬성 뭉게뭉게한 구름들이 무늬를 그려넣고 있었다.
구름이 아름다운 날은 청명한 하늘보다도 하늘이 더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는데,
그 날이 그러했다.
나뭇가지들은 미풍에 잔잔히 흔들렸다가 조금씩 몸짓이 활발해지기도 했다.
구름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구름은 구름대로 바람에 밀려 어디론가 흘러가는 중이었다.
구름은 하층운과 상층운으로 나뉘어져 하층운은 동북쪽 방향으로 흘러갔고, 상층운은 서북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의 기류가 높이에 따라 다른 모양이었다.
아름답게 느껴져 내가 한 동안 바라보았던 구름은 잠시동안만 형상을 유지했다가
시나브로 뭉개지면서 물결에 밀리듯 어딘가를 향해 갔다.
문득 내 친구들과 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시절엔 자주 모여 웃고 떠들던 우리들은 이제 거의 만나질 않는다. 드문드문 소식을 전할 뿐 서로 많이 웃지도 않는다.
당시엔 그런 기분이 언제까지나 갈 줄 알았다. 우리는 모두 오랜 친구이고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였으므로.
10년 세월 나에게 극진했던 K의 마음도 언제까지나 지속될 줄 알았다.
인간이 서로 만나고 모이고 하는 것도 저 먼 하늘의 구름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들은 흘러가다 다시 만나기도 할 것인가.
그러나 다시 만났다 해도 다시 흩어져 갈 것이다. 시간은 계속 연이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선 바람이 동반한다.
어떤 인연은 다소 오래 지속 될 것이고, 어떤 인연은 아주 잠깐만 머물 것이다.
최근엔 L이라는 구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추었고,
나와는 정반대의 외향성과 유머 감각을 지닌 동시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사람이지만
그 또한 뜬 구름일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