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오른손이 시원치않다. 좀더 정확히는 손이 아나라 손목이다.
손을 놀리는 방향에 따라 때론 '악~'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아프다.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파서 손동작은 곧 중지되고 만다.
손을 쓰지 않고 쉬게해주면 나아질까 하고 오른 손을 쉬게 하고 외손으로 하루를 살아보았다.
그랬더니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왼손은 평소 오른손의 조수정도로만 살아오다가 이제 오른 손의 일을 다 해내려니 과부하가 걸리는지
까딱하다간 왼손마저 병석에 눕게 생겼다.
손이 하는 일이 그렇게나 많았던가. 자다가 무심결에 베개 위치를 바꾸려 오른 손을 놀렸다가 나는 극심한 통증으로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 방문 손잡이를 돌리려 해도 왼손으로 하니 동작이 굼뜨고 부자연스럽다.
주방 일을 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오른 손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먹다가 젓가락질을 할 땐
왼손이 오른손목을 받쳐주어야만 했다.
머리에 빗질을 하는 것도 왼손으로 하니 영 불편하기만 하다. 내 머리칼은 곱슬 머리라 늘 힘차게 빗질을 해줘야만 겨우 빗어지는지라 머리 빗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세수를 하는 일도 그렇고 용변을 보고 뒷처리를 할 때도 왼손이 대신해주니 영 시원치가 않았다.
그 때 생각 난 것이, 아, 두 손은, 특히나 오른 손은 내 마누라 같은 존재구나 하는 것.
마누라가 병져 누우니 내 한몸이 말이 아닌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내 마누라는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씻겨주고 집안 청소를 하는 등 온갖 수고를 말없이 해왔다.
언제였던가, 그 해에도 나는 오른 손목을 쓸 수가 없어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데 갑자기 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무언가를 신속하게 붙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손을 쓸 수 가 없어 자칫 위험에 처할 뻔 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니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했던 것 같다.
어제 집으로 돌아와 동네 정형외과에 들렀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에는 이상없고 인대에 문제가 생겼단다.
편안히 누워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왔다. 마음같아선 집안 청소도 하고 걸레질도 하고 싶은데 행주하나 짜는 일도 불가능했다. 마누라의 고마움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이지 마누라 없인 못살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