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차마....

tlsdkssk 2016. 11. 27. 07:43

다슬기가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다.

작년 여름, 아들 부녀가 우리 집에 놀러와 함께 우리 동네 당현천에 갔었다.

물이 맑은 편인데다 깊이도 알맞아 아이들이 놀기에 안전하고, 군데군데 다리가 있어 그늘이 많기 때문이었다.

물 속엔 많은 고기떼들이 노닐고 있었고 다슬기들도 바위에 붙어 있었다.

어릴 적 천안 외가에 가서 냇가의 다슬기를 잡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외사촌 동생들과 함께 다슬기를 잡아와 외숙모가 삶아주는 다슬기를 먹곤 하였다.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입에 썩 당기는 건 아니었지만 그리 싫지도 않았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다슬기가 건강식으로 애용된다.

나는 그날 아들과 손녀에게 농담삼아 열마리만 잡아다가 어항에 넣고 번식 시켜 다슬기 탕을 해먹자며 웃었다.

그리곤 큼직한 놈 열 마리를 잡아와 아들네 어항 속에 넣어주었다.

다슬기는 1급수에만 산다고 들었다. 게다가 늘 졸졸 흐르는 냇가에 살던 놈들이니 얼마 못가 죽으려니 하고 녀석들을 지켜봤다.

한데 죽기는 커녕 새끼까지 쳐가면서 개체수를 늘려가는 게 아닌가.

어항 속 구피들과 마찰도 없이 서로 평화공전하는 듯 보였다.

이제 1년하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났다. 일일이 세보지는 않았지만 크고작은 다슬기들로 어항은 풍성해졌다.

한데 나는 차마 다슬기들을 잡아먹지 못하겠다.

내가 늘 지켜보고 관찰하던 생명이다 보니 하찮은 다슬기일지언정 차마 열탕하여 입에 넣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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