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칭찬은 식물도 춤추게 한다

tlsdkssk 2016. 10. 1. 04:34

우리 집 베란다 식물들에게 나는 늘 말을 걸어준다.

줄기가 능수버들처럼 치렁치렁한 마삭줄에겐 '공주'라고 불러주는 등

저마다의 애칭을 불러주며 내 애정을 표현한다.

내가 동물을 엄청 좋아하긴 해도 형편상 키울 입장이 못된다.

그들이 과잉되게 내는 소리나 몸에서 빠지는 털들도 이제는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에 반해 식물은 말없는 말을 교감하며 지내는 나의 가족이다.

모두가 작은 화분을 사다가 크게 키워낸 것들이라 자식같은 존재들.

누가 버린 식물을 들여다 왕성하게 키워낸 '왕성란'(내가 븥여준 이름)도 있다.

왕성란은 어찌나 잘 자라고 새끼를 많이 치는지 자주 순을 쳐주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건네며

순을 쳐낸다.

"내 원망 하지마라. 너는 너무도 새끼를 많이 치는 바람에 일일히 거둬줄 수가 없을 뿐이다.

얼어죽어가기 직전 내가 너를 들여왔으니 옛 일 생각하며 속상해 하지 말렴."

화분가의 잡초들을 뽑아낼 때도 한 마디 한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다 뽑진 않을 테니..."

 

우리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화초가 잘 자란다고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데.

어쩌면 내가 늘 말을 걸어주고 애정을 보여준 덕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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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의 ‘영혼’ 없는 미소 뒤에 숨겨진 어두움이 이슈가 된 바 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과 행동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큰 짐이자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데 최근 식물도 ‘영혼’ 없는 말을 알아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인문사회의학교실 김성수 교수팀은 식물에게 진심을 담아 한 긍정의 말이 무심하게 하는 말보다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인 ‘애기장대’를 네 그룹으로 나눠서 식물 배양기에 키우면서 매일 2차례에 걸쳐 긍정과 부정의 말을 10번씩 들려줬다. 긍정의 말로는 ‘너는 특별해’, 부정의 말로는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등의 말을 들려줬는데, 이때 사람이 직접 말 하는 경우와 입력된 문자를 소리 내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우로 세분화했다.

 

  9일이 지나 애기장대를 흙에서 뽑은 뒤 각각의 무게를 잰 뒤 평균을 냈다. 총 3차례 반복 실험을 했는데 실험당 애기장대 200개씩 사용했다.

 

  그 결과, 사람이 진심을 담아 직접 긍정의 말을 한 애기장대는 0.42mg이었지만 컴퓨터가 낸 긍정의 말을 들은 것은 0.31mg에 불과했다. 사람이 부정의 말을 한 경우는 0.34mg, 컴퓨터가 낸 부정의 말을 들은 것은 0.27mg에 그쳤다. 진심이 담긴 긍정의 말을 들은 애기장대는 뿌리와 줄기도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부정보단 긍정의 말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 중요하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긍정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성이 함께 전달될 때 긍정의 효과가 커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지’ 6월호에 실렸다.

동아사이언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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