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가을 - 김용택

tlsdkssk 2016. 9. 27. 16:03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가을 -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후니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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