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포루그 파로흐자드,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tlsdkssk 2016. 10. 1. 16:17



포루그 파로흐자드,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포루그 파로흐자드,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내 안에서 흐르던 개울에게도
내 오랜 생각이었던 구름들에게도
나와 함께 가뭄의 계절을 견뎠던
정원 사시나무들의 고통스러운 성장에게도
밤이 스며든 밭의 향기를
나에게 선물로 가져왔던
한 떼의 까마귀들에게도
거울 속에 살고 있던
내 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어머니에게도
내 반복되는 욕망 속에서 자신의 뜨거운 열기를
푸른 씨앗으로 채웠던 땅에게도
나는 또다시 이들 모두에게 인사할 것이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내 머릿결과 함께
땅 밑에서 물씬 풍기는 냄새
내 두 눈과 함께
어둠의 빽빽한 경험들
담장 너머 숲에서 꺾은 꽃다발 들고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문지방은 사랑으로 넘친다
그 문지방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직 그곳,
사랑 넘치는 문지방에 서 있었던 그 소녀에게
또다시 인사할 것이다
 
                (번역 신양섭)
 
 
시_ 포루그 파로흐자드 – 1935년 테헤란 출생. 시집 『포로』『벽』『저항』『또 다른 탄생』『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 유럽기행문 『영원의 석양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그 집은 검다> 등이 있음. 1967년 자동차 사고로 영면함.
낭송_ 최광덕 – 배우. <만다라의 노래>, <맥베드21> 등에 출연.
출전_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문학의숲)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페르시아 문학 천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여류시인’, ‘20세기 페르시아 시의 정점’이라는 파로흐자드의 시를 처음 접한 건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에서다.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나의 작은 밤 안에/ 적막한 두려움이 있어// 들어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
  자막으로 시구가 흐르는 동안 설핏 전율이 몸을 훑던 기억이 새롭다.
여성에게 극도로 억압적인 이슬람사회의 완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파로흐자드는 구속을 벗어나고자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이웃에 사는 풍자만화가와 결혼을 감행한다. 남편은 파로흐자드의 예술혼을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었으나, 파로흐자드의 자유분방한 행색과 그에 따른 주변사람들 비난이 원인이 돼 3년 뒤 이들은 헤어지게 된다. 그 뒤 파로흐자드는 더욱 거침없는 자유를 구가하며 시를 꽃피웠다.
  파로흐자드의 시는 거의 사랑을 노래한다. 자주, 감탄스러울 정도로 용감하게 성애(性愛)를 묘사하고, 성적으로 연인을 그리는 그 시들이 어찌나 유려한지! 남성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 사회에서 파로흐자드에게 시는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사회적 저항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파로흐자드, 솔직하고 용감한 사랑의 영웅, 뜨겁고 강인한 사랑의 레지스탕스! 하지만 늘 비난과 공격 속에서 살자니 그 긴장과 피로가 어떻겠는가? 그것도 단지, 다른 사회에서라면 말거리도 안 될, 여자가 자연스러운 욕구를 가졌다는 이유로.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는 된통 상처 입고 꺾였던 파로흐자드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회복한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반복어가 리듬을 갖고 상승작용을 한다. 화자는 어린 여신처럼 차분히 몸을 일으켜, 태양의 앵글로 내부의 풍경을 쫘악 훑으며 하나하나 새 숨을 불어넣는다. 이래저래 아름다운 시!
 
문학집배원 황인숙

 

 


출처 : 사람과 환경 문학인협회
글쓴이 : 물맛좋은샘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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