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태그 : 2012 황인숙
스테판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러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러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번역: 황현산)
● 시_ 스테판 말라르메 – 1842년 파리 출생. 시집 『에로디아드』『목신의 오후』『시집』『주사위를 한 번 던짐』 등, 미완성 소설 『이지튀르』, 산문시와 평론을 묶은 『디바가시옹』 등이 있음. 1898년 사망.
● 낭송_ 정인겸 – 배우. 연극 <2009 유리동물원>, <맹목> 등에 출연.
● 출전_ 『시집』 (문학과지성사)
● 음악_ 배기수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살갗을 말갛게 씻어주는 바람이 열린 창마다 불어오고 불어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다만 가뭄이 극심하다니 마냥 반길 수 없는 노릇이다. 비 기운을 한 점 남김없이, 멀리 멀리 쓸어가 버릴 바람 속에서 「바다의 미풍」을 읽는다.
말라르메가 23세 된 해 5월에 썼다는 시다.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젊으나 젊은 나이에 미리 모든 생을 포식한 듯한 이 권태! 지긋지긋한 권태를 앓으며,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이라느니, “이국의 자연을 향해 돛을 올려라!”느니, 마음을 부추기지만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넌더리낸다. 여긴들 저긴들…….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이 사이키델릭한 비명!
「바다의 미풍」은 나른하고 우아한 시인으로 알고 있던 말라르메의 신경증적인 청년기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명랑이(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옆 의자에서 징징거린다. “어……” 나는 명랑이를 흘깃 보면서 멍하니 일어나 “어, 그래, 우리 말라르메야” 중얼거리다 킬킬 웃었다. 우리 말라르메~ 명랑이 이름을 말라르메라 지어도 좋았겠다. 의자에서 뛰어내린 말라르메, 아니 명랑이가 간식 캔을 가지러 가는 내 뒤를 좋아라 쫓아온다.
이국에의 향수, 바다, 청춘, 말라르메…….
말라르메가 23세 된 해 5월에 썼다는 시다.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젊으나 젊은 나이에 미리 모든 생을 포식한 듯한 이 권태! 지긋지긋한 권태를 앓으며,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이라느니, “이국의 자연을 향해 돛을 올려라!”느니, 마음을 부추기지만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넌더리낸다. 여긴들 저긴들…….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이 사이키델릭한 비명!
「바다의 미풍」은 나른하고 우아한 시인으로 알고 있던 말라르메의 신경증적인 청년기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명랑이(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옆 의자에서 징징거린다. “어……” 나는 명랑이를 흘깃 보면서 멍하니 일어나 “어, 그래, 우리 말라르메야” 중얼거리다 킬킬 웃었다. 우리 말라르메~ 명랑이 이름을 말라르메라 지어도 좋았겠다. 의자에서 뛰어내린 말라르메, 아니 명랑이가 간식 캔을 가지러 가는 내 뒤를 좋아라 쫓아온다.
이국에의 향수, 바다, 청춘, 말라르메…….
문학집배원 황인숙
출처 : 사람과 환경 문학인협회
글쓴이 : 7PD Classic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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