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형 시장 매출이 연간 5조라고 한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성형이 삶의 중대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성형'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시절이었다.
중2땐가 우리반 S가 방학 중에 눈 쌍거풀을 하고 와 반친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원래 미인형에다 공부 잘하고 아버지가 유명 정신과 원장이었으니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는 친구였다.
눈이 크지 않아도 그게 오히려 아리잠직하니 아름답게 보였다. 당시는 계란형의 작은 얼굴이 요즘처럼 각광을 받는 시대가 아니었는데,
이제보니 그 친구는 작은 얼굴에 계란형까지 갖추고 있었다.
두번째로 성형을 한 친구는 고등학교 때 내 앞에 앉았던 아무개(이름이 생각 안난다)다. 얌전하고 조용한 친구였는데,
하루는 용기도 좋게 등록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혼자 성형을 하고 왔다.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기에 다쳤느냐 물엇더니
콧등에 있던 커다란 곰보 자국을 치료했다는 것이다.
내 측근에도 성형을 한 친구들이 꽤 있다. 성형은 이제 부유층만의 관심사가 아니어서 없는 이들은 불법시술소를 찾아가면서라도
성형을 한다. 재래 시장에 가보면 아줌마 상인이나 할머니 상인들이 성형을 한 흔적이 역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더러 보게도 된다.
내가 알던 한 교우는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음에도 강남에서만 성형을 한다고 말한 걸 보면, 성형은 돈의 유무에 앞서 뜻이 있고 없느냐의
문제가 우선하는 것 같다.
생전 그런 것 안 할 것 같은 H마저 제작년에 눈과 눈밑 주름과 이마 주름을 성형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나도 여유가 있었다면 시도를 했을지 모를 일이다. 우선 이마를 손보고 싶다. 엘리를 봐주다가 다쳐서 내 이마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아파트 단지 철문의 쇠나사에 부딪쳐 다쳤던 부분이 약간 함몰된 채 그대로 있어 나는 늘 이마를 살짝 가리며 살고 있다. ㅠ.ㅠ
뿐인가, 날로 작아지고 쳐지는 눈과 늘어지는 피부로 얼굴 면적이 확대되는 것도 자연스레 막아보고 싶다.
아침에 티비 방송을 보니 칵테일 보톡스라는 게 있다고 한다. 1회 시술에 50만원 정도인데, 자주 시술하는 관계로 연회비를 받아 치료를 한단다. 연회비는 약 1000만원 정도. 그 시술을 받으면 얼굴도 작아지고 주름도 없어지고 콧날도 서보인다고.
엉덩이나 가슴을 키운 이들은 늙어가며 그 삽입 물질이 쳐져 내려 엉덩이가 넷이 되기도 하고, 신체의 여느 부위는 다 늙엇는데, 가슴만 팽팽하여 오히려 꼴불견이 되기도 한단다. 성형 사례의 희비극은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어떤 교우는 쌍거풀과 코 수술을 받았는데, 세월이 가며 코가 쳐지고 비뚤어졌다. 때문에 인상이 싸구려로 보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손을 못쓰고 지낸다.
이틀 전에 통화한 A는 소도시의 시골(?)에 살고 있는데 그곳 여인들도 만나면 성형이나 피부관리 얘기를 화제에 올린다나.
하긴 내 조카도 날더러 피부관리 정도는 받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과연 성형왕국에서 살고 있구나 싶었다.
한데 얘들아, 나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거든. 그렇다고 가만 있자니 나만 뒷걸음 치는 것 같아 은근히 속상하네.
우짜면 좋을까. 냉장고에 오이가 남아 돌아도 오이팩도 귀찮아 못하는 나지만, 나만 쳐지는 건 싫다구.
돈 안드는 나만의 방법을 강구해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