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의 골방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tlsdkssk 2014. 2. 6. 10:56

 

  
민 혜 (수필가)

(김지현 기자 = bombom@chosun.com) 디지틀조선일보는 매주 1회 칼럼 및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풍부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글 속에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용기, 치유의 힘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민 혜 (수필가)

 

정초에 A 선생이 다녀갔다. 2년 전 초겨울, 그녀가 우리 집에 온 뒤로 두 번째 방문이다. 그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말고, 지금 우리 나이가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니 마지막의 외모를 잘 가꾸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장수 시대라지만 이만한 건강과 외모가 허락할 때 예쁜 옷도 입으며 한껏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나는 이렇게 되물으며 웃었다. 죽비가 내 어깨를 가볍게 내리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의 젊음은 20대 중반 전후로 절정을 이른 뒤 하강선을 그린다. 미의 절대 조건을 젊음에 둔다면 20대가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은 나이에 따라 나름의 멋과 색다른 분위기가 풍겨난다. 30~40대도 아름답고 50~60대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이 일흔이 넘은 후까지 유지하기는 아무래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생명체의 아름다움이란 건강을 바탕으로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건강수명은 60대 중반에 끝난다고 하지 않는가.

 

평소 내가 농담처럼 뱉는 지론 중엔 ‘수컷은 수컷답고 암컷은 암컷답게’ 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섹시한 남녀가 좋다. 심신의 건강과 아울러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사람이 역시 멋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는 젊은 남녀보다 나이 든 이들의 성적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젊음이란 그 자체로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산하지만 노인들이 그런 분위기를 지니기란 쉬운 일이 아닌 때문일 게다. 

 

일흔이 넘어서도 섹시한 남녀를 드물게 만나는 경우가 있다. 성형수술로 가꾼 연예인들의 모습은 예외로 치더라도, 일반 소시민 중에서도 그런 이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하염없이 그 대상에 취하여 바라보게 된다. 

언젠가 홀로 산길을 걷다가 저만치 떨어진 암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할머니 한 분을 본 적이 있었다. 70세는 돼 보였는데, 군살이라곤 하나도 붙지 않은 그녀의 도인 같은 기개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80이 넘어서면 남녀의 성적 매력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리라. 기울어져가는 신체의 균형과 윤기 없이 늘어진 피부를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그 날 나는 속으로 "아직은 마지막이 되기 싫은데…적어도 70까지는 유지할 거야" 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일정 나이가 지나면 하루하루 늙어가는 존재기에 현재가 늘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가 아닌가 싶다. 욕심 같아선 숨이 끊어지는 그 시간에도 품위 있게 죽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