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에 A 선생이 다녀갔다.
2년 전 초겨울 그녀가 우리 집을 방문한 후로 시내에서 한번인가 만난 이후 처음 가진 만남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지금 우리 나이가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니 마지막의 외모를 잘 가꾸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장수 시대라지만 병상에서 늙도록 산다는 건 의미가 없는 것, 이만한 건강과 외모가 허락할 때
예쁜 옷도 입으며 한껏 누리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나는 이렇게 되뇌이며 웃었다.
젊음이란 20대 전후로 절정을 이른 뒤 하강선을 그린다. 그러니 엄밀히는 20대가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일 수 있지만, 아름다움이란 나이에 따라 다르게 성숙하는 것이므로 30대도 40대도 아름답고, 50대나 60대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이 70이 넘어 아름답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평균 건강수명이라는 것도 60중반에 끝나고 만다니 70 이후의 삶이란 대체로 병과 함께 거니는 인생인 것이기에.
평소 나는 농담처럼 뇌이기를, 숫컷은 수컷답고 암컷은 암컷답게, 하였기에 예나 지금이나 섹시한 남성과 섹시한 여성을 좋아한다. 여기에 지성이 빠져서는 결격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은 남성이나 젊은 여성이 뿜어내는 아름다움 보다는 나이 든 이들의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젊어서 아름다운 건 당연한 것이지만, 늙어가면서도 아름답기는 쉽게 되는 일이 아닌 까닭이다.
아주 드물게 70이 넘어서도 섹시한 남녀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얼굴을 수시로 뜯어 고치는 연예인들이야 예외로 하고 일반 소시민 중에서도 그런 이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나는 하염없이 그 대상을 바라보곤 하였다.
내 생각엔 80이 넘어서 남녀의 성적 아름다움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
그 날 나는 속으로 "나는 아직 마지막이 되기 싫은데.... 적어도 70까지는 유지할 거야."하였지만,
생각해 보니 죽기 이전까진 현재가 늘 마지막으로 예쁜 나이에 속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