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년 만에 용문산에 다시 올랐다.
2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 나는 멋모르고 용문산을 따라갔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었다.
올라도 기어도 끝이 안 보이는 험한 산, 가파른 경사를 바라볼 때마다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감,
그 준초한 벼랑에 버티고 서 있는 날카로운 암석들...
어제는 조금만 올랐다.
어차피 정상을 목표로 한 산행이 아니니 서두를 것도 조급할 것도 없는 널널 산행이었다.
가는 길엔 줄곧 가을비가 앞을 가렸고 산엔 온통 안개가 자욱하였다.
경사길을 올라 능선에 닿으니 낙엽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만추의 절경이다.
한데 조금 있자 어디서 우드득 우드득, 하고 굵은 빗방울 듣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얼핏 우박소리처럼도 들렸다.
소나긴가? 우박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그건 놀랍게도 낙업 지는 소리였다.
떡갈나무 잎새들이 흩날리며 지표 위에 쌓인 낙엽을 때리니 우드득 소리가 난 것이다.
낙엽지는 소리는 우수수가 아니라, 타악기 소리에 가까운 우드득이었다.
좀 더 그 소리에 근접하자면 '두득'이라 해야 정확할지도 모른다.
깊은 산이 주는 깊은 가을의 맛을 무어라 형언할까.
형언한다는 건 용문산 가을에 대한 결례일 것이다.
어찌 세 치 혀가 읊어대는 말 몇마디로 그 가을을 담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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