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창밖은 온통 안개다.
이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계마저 흐려놓는 안개는
내 의식마저 안개속을 헤매게 한다.
어제도 안개속을 헤매었다.
비가 올듯 말듯 무더운 서울을 벗어나, 춸원평야와 민통선 지나 제2땅굴과 두루미박물관과 월정리역 등을 돌아보고 왔다.
DMZ는 온통 안개에 쌓여 바라보는 일조차 용이하지 않았다.
안개로 인해 그 영토는 더욱 신비하고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전쟁이 빚은 아이러니한 불가침의 평화 지역, 그 안에서 자생하는 뭇식물과 동물들을 상상으로만 바라보았다.
무시무시한 지뢰 같은 건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지뢰여, 어서 삭아지고 낡아져 소멸되거라.
원래는 이북의 영토였던 철원을 빼앗기고 김일성을 사흘을 울었다고 하는데,
드넓은 평야를 바라보니 그 말이 지어낸 말만은 아닐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록 사상은 다를지언정 인민의 어버이였던 김일성이 그 너른 곡창을 빼앗겼을때, 하물며 원래는 자기네 땅이었던 곳을
적(?)에게 빼앗겼을 때 그가 얼마나 통분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철원 평야에도 안개는 어김없이 포진해 있었다. 마치 그 너른 평야를 사로잡겠다는 듯 평야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무덥고 끈적한 날씨 속에서도 우리 조국의 비극인 분단의 현실이 폐부 깊숙이 와닿으며 나를 깊이 찔렀다.
한국전쟁 당시 북군 2만명과 남군 1만5천명이 전사했다는 '피의 능선'쪽을 바라볼 때는(안개로 방향조차 가늠하지 못햇지만)
아직도 그 땅 어디선가 유골로 남아 피의 능선 언저리를 맴돌고 있을 고혼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왔다.
월정리 역사에서 바라본 경원선 기차는 세월 속에 몸체가 삭아지고 닳아져 흉측한 유골로 남아 역사를 지키고 있었다.
열차는 달려야 한다.
경원선 열차니 서울~ 원산을 부단히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한데 열차는 죽어진 몸으로 원산으로 달려가던 철로 위에 뼈만 남긴채 누워 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분단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해가 보일 듯 다시 안개속을 헤매는 남북의 분단 현실이 새삼 안타까울 뿐이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0) | 2013.08.15 |
---|---|
무더위를 견디는 일 (0) | 2013.08.12 |
[스크랩] 엘리가 떡볶이 먹던 날 (0) | 2013.07.26 |
나는 인어다 (0) | 2013.07.23 |
다윗과 함께 울다 (0) | 2013.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