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찻집에서 한 문우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Y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6년 전 내가 잠시 몸담았던 직장에서 만난 사람.
특별한 친분은 없었지만, 왠지 그녀가 나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인상은 남아 있었다.
아주 맑고 큰 눈에(나에게 절반만 줄 것이지 혼자서 평수 넓은 눈을 지니고 산다), 작은 키에
총기 넘치는, 나보다 예닐곱 연하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뜬금 없는 전화가 매우 반가웠다.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녀는 그 사이 오너가 되어 자기 사무실을 거느리고, 두 번이나 사무실을 늘려 갔다고 했다.
어제 오후 마침 시간이 나기에 그녀의 사무실을 잠깐 찾아갔다.
나를 보더니,
"어머나 선생님, 더 젊어지셧네요." 한다.
이런 말은 으레껏 주고 받는 립써비스 차원의 덕담이지만,
그녀의 반응은 진담인 듯 했다.
몇 번이고 자꾸 확인 질문을 하는 걸 보면 분명 그랫다.
"벌써 몇년이 흘렀는데, 더 젊어지다니요? 몸은 삭아 작년 다르고 올 다르고 하네요."
내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하자,
"그럼 뺨에 보톡스라도? 전보다 살이 좀 찌셨네요. 그래선가 볼 살도 통통해서 더 예쁘시고 보기 좋아요." 한다.
맞다, 그때에 비해 살이 2키로 정도는 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내 볼은 통통한 편이었다.
어쩌랴, 내 통통볼은 운명적으로 타고 난 산물이건을.
갖난아이 시절엔 볼 밖에 안보이는 아기였다고 친정 엄니는 수 십번도 더 말했다.
그넘의 볼은 평생 통통하니 따라 다녔다.
늙어지면 볼살이 빠져 얼굴이 늙어보이고 초췌해보여 일부러 볼살을 키우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으니 내 통통볼에게 만세라도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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