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오늘

tlsdkssk 2013. 2. 11. 18:52

며칠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작은 집은  주인이 자주 집을 비우는 탓에 홀로 있는 시간이 아주 많다.

이 엄동에 난방도 없이 나의 집은 혼자 추위를 달래고 있었을 것이다.

한낮이 지나 중천에 있던 해가 서쪽을 향하여 10도쯤 돌리면 그나마 양광을 받아 집은 조금씩 몸을 데우곤 하였을 것이다.

햇볕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옹크리고 한줌의 빛살도 허투루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거실에 다닥다닥 붙여 놓은  화초들도 목을 빼어 햇빛을 머금었을 것이다. 

집이 멀쩡히 있어준 게 고마워서 벽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두드려주기도 하였다.

 

점심을 먹은 뒤 오랜만에  중랑천을 향해 걸었다.

중랑천을 걷는 게 얼마만인지... 2년은 족히 됐지 않았나 싶었다.

설 때 과식한 댓가로 내 몸속에 숨어 있을 살들을 정리할 겸 제법 빠른 속도로 걸었다.

1시간쯤 걷다 올 생각이었는데, 걷다 보니 내 발이 수락산 쪽을 향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가면 도봉산(무수골 방향)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수락산 쪽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겨우내 산행이라곤 못했기에 아마 나는 산 결핍증에 걸려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발이 왜 수락산으로 가고 있는가.

수락산 천상병길에 이르서서야 나는 등산 채비를 하지 않고 나온 걸 후회하였다.

하늘 청명하고 바람 없고 햇살 또한 투명하여 산을 오르기 딱 좋은 날씨가 아닌가.

맨손에 일반 운동화 차림이었기에 눈 쌓인 산을 계속 걸을 수가 없었다.

돌아올 때는 차들이 다니는 대로를 따라 걸었다.

3시간 조금 못되게 걷고 온 것 같다.

빨리 눈이 녹아, 맘껏 속도내며 발 닿는대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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