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손님 오는 날

tlsdkssk 2011. 12. 29. 10:36

내일은 우리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한 날이다.

수녀 출신 수필가 A선생과 안성에서 보건진료소장을 하고 있는 대녀가

휴가까지 내면서  오기로 했다.

A선생과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지만 그녀는 웬일로 집요(?)하게 우리 집엘 오고 싶어 했다.

집도 누추하고 어쩌고 하면서  한 발 뒤로 빼었지만, "우리 사이가 그런 사이냐?"며

다가오는 통에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런 사이'라고 여기는데, 그녀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런 사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나

그녀의 귀족성(?) 때문일지 모른다.

품성과 의식면에서 그녀는 다분히 귀족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까닭으로 어쩔수 없이 베어 있는 그녀의 비평범성이

그녀를 대하는데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결혼을 안 했거나 아이를 나아보지 못한 여성에겐 인격과 상관 없이

무언가 대화의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녀는 뒤늦게라도 결혼을 성공적으로 하였기에 좀 낫긴 하다. 

 

점심 무렵 도착하면 식사를 어떻게 대접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밖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서 차나 과일 정도 먹으며 얘기 꽃을 피우는 게 좋겠지만,

조금 수고를 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곤드레 나물 밥에 배추 된장국에 파래 무침에 연근 졸임에... 하며 내일 식단을 짜고 있다.

소위 웰빙 식단을 차리려는 것이다.

안성 대녀의 입맛은 내가 잘 알기에 문제가 없는데 알쏭달송해지는 건 A선생의 식성이다. 

지난 가을 언젠가그녀가 점심을 사주겠다며 만나자고 했을 때 그녀는 돈가스 좋아하느냐며

정동에 있는 돈가스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 집 돈가스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만들어 손님이 줄을 선다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내가 맛있게 먹었다고 립서비스를 하자 그녀는 그 돈가스가 먹고 싶으면 언제든 사줄 테니

연락을 하라고 한다.(ㅋ~이래서 립서비스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내일 차릴 식단을 짜놓고 나니 문득 여우와 두루미가 생각난다.

혹시라도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쩐다지?

그래도 웰빙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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