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부터 건강검진을 받으면 LDL 콜레스테롤 치가 높게 나오곤 했다.
아주 높은 건 아니고 경계치로 나오는데, 의사의 말로는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식사조절과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것 을 조언하였다.
작년엔가 한의원에 들렀더니 한의사도 몇가지 진찰을 해보곤 신체 연령은 실제 연령보다 젊은데,
혈관 연령은 실제 나이보다 3세 가량 많다고 한다.
순간 내 혈관이 그렇게 늙었나 싶어 실망이 컸다.
나는 과체중도 아니고 군살도 그리 많지 않은데 혈관이 늙었다니
뒤통수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얼마 전 다시 콜레스테롤 검사를 했더니 하나도 나아진 게 없이 여전히 경계치로 나왔다.
원인이 무얼까. 나는 육고기를 즐겨 먹지도 않고,
운동양도 그리 적은 건 아니라고 여겨왔는데 말이다.
의사에게 중얼중얼했더니 자주 먹는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
'빵'이라고 대답햇다.
그러자 의사는 식빵 한 개가 계란 1개보다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한다.
커피도 1잔 이상 마시면 좋지 않다고 덧부친다.
오래 살 욕심은 없지만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앓지 않고 살기를 소망하기에
그날로 결심을 굳혔다.
내 사랑하는 빵이여, 토스트여, 달콤한 쨈이여, 매혹적인 초코렛이여, 커피여, 치즈여
내 너희를 사랑하지만 우리 이제 자주 만나진 말자.
집에 돌아오니 며늘이 준 롤케익과 크리스피도넛 한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통에 넣어 버릴까 했다가, '오늘 만'이라고 하며 남은 롤케익을 다 먹어버렸다.
도넛은 아직 두개가 남아 있다.
딱딱히 굳어 과자같이 변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나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그 도넛 가게가 있다
따끈한 블팩커피 한 잔과 크리스피도넛을 한입 베어 물면 내 입안은 천국으로 변하곤 했다.
몇 해 전 K가 아침 시간에 나를 그곳으로 불러 커피와 도넛을 사주었을 때 나는 그 하루 온종일이
행복했었다. 아침의 데이트는 참으로 신선하고 달콤했다.
몸에 안 좋은 것은 왜 그리 내 혀를 즐겁게 하는 건지...
앞으론 빵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먹을 것이다.
남이 사주는 것만 할 수없이 먹을 것이다.
내 지갑을 열어 빵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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