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늘 그 자체로 충만하다.
여름산은 그 울울창창한 생명력만으로도 나를 압도한다.
여기에 녹우(綠雨)와 안개와 바람과 벗까지 합세한다면
그 취흥과 기쁨은 얼마나 클 것인가.
어제의 수락산이 그러했다.
안개에 휩쌓여 몽환인듯 싶다가 소나기가 쏟아지면
정신이 돌아오고 다시 바람이 휘돌아불면 심신은 날아갈 듯 상쾌하였다.
안개는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 그 농도가 맞춤이었고,
소나기는 고립 위기를 느끼지 않아도 될만큼 염치 있게 내렸고,
바람은 우중 산행에 지치지 않도록 약바람을 보내주었고
문우와의 대화는 헐렁한 옷차림으로 산보하듯 편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