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3도나 되는 이 염천에 4시간이 넘는 산행을 하고 왔다.
그 동안 비 온다고, 덥다고, 바쁘다고 집 언저리에서만 지내왔는데,
오늘은 모처럼 수락산을 걷고 왔다.
날은 후텁지근하고 바람기는 적고 하늘은 흐렸다가
햇빛이 쨍하니 비추다가 비도 뿌리곤 했다.
천상병 시인의 산책로롤 지나 도솔봉 쪽으로 가는 등산로는 밋밋하고 재미는 없지만
슬렁슬렁 소걸음으로 걷기엔 안성맞춤.
바위가 많은 수락산에 이런 순한 곳도 다 있나 싶을 정도였다.
내리막은 절터 샘이 있는 쪽으로 내려왔다. 내리막길은 경사가 심해 오르막을 그쪽으로 했다가는
지레 죽을 뻔 했다. 산에서 1시간여 쉰 것을 합해 5시간 정도 걸렸으니 간만에 한 산행치고는
많이 한 셈이다.
웃옷을 손으로 짤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다.
민소매 티를 입었더니 오른쪽 팔이 발갛게 구어졌다.
날이 흐려 몰랐는데 햇빛이 오른쪽으로서 많이 비쳤던가보다.
하산길엔 골짝에 물이 흘러 한참을 발 담그고 몸을 식혔지만
다시 걷기 시작하자 이내 얼굴이 술 취한 듯 벌개지고 몸이 닳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빨고 냉수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틀고 앉아 있으려니
천국이 바로 여기구나 싶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한 세상을 살고 제 세상으로 가는 게 이랬으면 좋겠다는....
한 평생 살아내느라 피땀 흘리며 수고하고 진땀에 젖어 냄새나는 인간의 몸을
깨끗이 샤워시키고 쉬게 하는 곳이 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