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산에 가거든...

tlsdkssk 2010. 10. 28. 22:24

 

 

 

山에 가거든

 

산에 가거든

나무가 되게

자리를 찾고

위치를 묻지 말고

높은 하늘 우르르며

큰 나무 부러워 말게

 

태어난 곳 지키며

싹 트고 열매 맺는 행복

말없이 쓰러져

다시 거름이 된다.

산에 가면 나무가 되게

한 세상 한 평생

한 곳에서 살다가는 나무가 되게

- 신길우

 

개구리가 놀라서 오줌을 찔끔 싸고 튄다는 날 驚蟄 3월 5일

우면산을 찾았다.

예술의 전당을 휘돌아 오르니 연못이 있다. ‘꽃씨를 뿌렸으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있고 끈으로 만든 줄이 처져 있다.

보니 흙이 듬숭듬숭 파헤쳐져 있는 걸로 보아 씨를 뿌리기 전인 듯…

줄을 건너 뛰어 들어가는 순간 “꽝”하며 쓰러졌다. 6척 장신이 널브러졌으니 꼴 좋다. 꼴값했네. 이눔아!

오르니 大聖寺라는 절이 보이고 목탁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법당 앞에 ‘부처님 앞에 참회하세요.’라는 팻말이 있다. ‘들어가지 마시오.’ 했으면 돌아가야지 씨를 안 뿌린 것 같다 하며 들어 간 이 눔 참회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부처님께 절을 하자! 3배할까, 10배할까, 아니지 100배는 해야겠다.’ 하며 빠르게 하니 땀이 비 오듯… 그래, 다시는 그러지 말자! 마음 다스리자!

산골 약수터에서 물 마시는데 꿩이 푸드득 난다. 2마리다. 배낭에서 건빵을 꺼내 던지니 그냥 도망간다. 팔을 흔들며 던졌으니… 그러지 말고 얌전히 봉지 째 놓고 가자. 청솔모도 여러 놈 나무를 오르내린다. 다음엔 3봉지 가져오자. 겨우내 배고프며 살았겠지. 새끼 낳아 기르려면 먹이가 충분해야겠구나.

해발 293m 빠른 걸음으로 오르니 벌써 소망탑이 보인다. 박목월의 ‘나그네’가 없다. 그 자리에 신길우의 ‘산에 오르면’이 걸려 있구나.

작년까지 여러 번 오를 때마다 읽었으니 암송이 되겠지.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정표 팻말에 보니 ‘자연 생태 공원 1000m’라는 표지가 있다.

다음엔 ‘자 생 공원’엘 가자. 금요일엔 늙은이들 산보 코스 일자산(一字山 155m)에 오르고, 수요일엔 여기 우면산(牛眠山)을 헤매자.

숲 속엔 새들이 지저귄다. 힘들면 서유석의 ‘가는 세월’을 읊조리며 걷자.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피조물인 인체의 206개 뼈 중 25%(52개)가 양발에 있다. 사람은 걷거나 달려야 건강하게 산다.

4월엔 관악산(629m)을 올라야 하니 연습 많이 해두자. 오른다 하면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이니.

문인 등산모임은 관악산을 1,000회 등정했다는, 9세 연상인 신지호님이 이끄신다. 망신 안 당하려면 연습 게을리 말아야겠다. 도봉산 지킴이 민혜님에게 잔소리 안 들으려면 열심히 이 산 오르내리자.

이 글 친구에게 보냈더니 답글 왔다.

‘108배(오체투지) 몸에 좋으니 매일 아침 실천하시기를 권합니다. 소생은 이럭저럭 만 10년째 하며 시간은 약 11분 정도 걸립니다.

한 달 하면 틀리고 석 달 하면 틀리고 반년 하면 틀리고 1년 하면 틀리고… 인생이 달라지게 좋아지니 의심하지 말고 해보세요.

주제넘게 또 주책을 부렸나 봅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하시오.’

佛者다운 느긋함과 겸손이 보이는 글이다.

존경하는 琴兒피천득 선생은 ‘비원’에서 이렇게 쓰셨다.

‘비원은 임금들의 후원이었다. 그러나 실은 후세에 올 나를 위하여 설계되었던 것인가 한다. 연산군은 눈이 혼탁하여 푸른 나무들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요, 새소리도 귀담아 듣지 못하였을 것이다. 숙종같이 어진 임금은 늘 마음이 편치 않아 그 향기로운 풀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였을 거다.

美는 그 진가를 감상하는 사람이 소유한다. 주인이 일 년에 한 번 오거나 하는 별장은 그 고요함을 별장지기가 향유하고, 꾀꼬리 우는 푸른 숲은 산지기 영감만이 즐기기도 한다.

꾀꼬리 우는 오월이 아니라도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우산을 받고 비원에 가겠다.

비원은 정말 나의 비원이 될 것이다.’

 

매일 아침에 108배하고, 비오는 날 우면산에 가겠다.

자연 생태 공원에서 동식물들이 자연(비)에 어찌 대처하는지 살피자. 화창한 날 가서는 자연(햇볕)을 어떻게 즐기는지 관찰 해야지….

2008년 3월 (200자x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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