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세상 살다보면

tlsdkssk 2009. 6. 20. 00:06

세상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3층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데, 건설회사에서 6층으로 재건축하여 새 집을 지어 주겠단다. 대지 지분은 반으로 줄게 되지만, 건평이 더 큰 새 집에 살게 된다니 기꺼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1년 후 입주해보니, 너무 커서 청소하기가 귀찮을 지경이다. 고유가시대라 관리비가 너무 들고, 주택경기가 바닥에서 헤매니, 2년이 가깝도록 6채가 하나도 분양되지 않았다.

건설회사는 세금 문제 고려하여 소유권 등기를 하지 않고, 기존의 6세대가 등기하도록 했다. 세대 당 1집씩을 더 각각 소유하는 것으로 하지 않고, 기존의 6세대가 공동 등기하도록 했다. 즉 세대 당 한 채 씩을 더 각각 소유하는 것으로 하지 않고, 6세대가 잔여 6채를 공동소유하고 지분을 6분의 1씩 차지하는 것으로 엮어 놓았다. 세대별로 임의처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살다 보니 한 세대가 재산 문제로 소송이 붙었는데, 소문이 이상하여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가압류’되어 있다.

살면서 한 푼도 빚지지 않고, 송사에 휘말린 적도 없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성경에 보면 ‘송사할 일이 있으면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라.’고 나와 있다. 얼마 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 밥이 되고 싶습니다!” 라는 불후의 유언을 남기셨지.

‘가압류’를 해지하자니 가구 당 8백만 원이 든단다.

‘법의 나라’ 미국에서는 맡긴 세탁물을 훼손당하고 6백만 $을 변상하라는 소송이 일어나, 인구에 회자된 적도 있다.

나 자신을 돌이켜본다. 1년 전 전자공학과 교수가 회사를 설립, 도와달라며 활동비로 월 8십만 원씩 부쳐주더니, 10개월이 지나도록 실적을 못 따오니 주지 않고 있다. ‘실적’은 전자통신장비, 방산장비의 ‘함체’를 설계 제조하라는 ‘발주’를 받아오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 업체마다 ‘구조조정’ 하느라 야단인터라 “골프 칩시다.”등으로 유혹해도 별무효과다. 고정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여 증자하려고 ‘물주’를 공장에 초치하여 ‘실사’를 받았다.

출자 하겠다는 답을 듣고, 골프 치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오는데, 전화가 왔다. “받은 어음이 부도로 날아가 버려 자금 막느라 정신이 없네요. 납입 기념으로 치자던 골프도 취소해 주시오.”

맥이 탁 풀린다.

생각해보니, 받은 8백만 원이 부담이 되었는데 잘 됐다. ‘가질 자격이 없는 돈’을 억울하게 ‘가등기’된 것 풀려고 애쓰는 변호사 사무실에 보내자.

세계경제가 어렵다보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Invisible Hand'로 233년을 이끌어오던 자본주의도 비판받고 있다.

‘易地思之’는 인간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덕목이고, ‘實事求是’는 어려운 현재를 이기기 위한 생활철학이 되고 있다. 고정거래처에 주문하여 납품 받아 오던 ‘거래 관행’에서 탈피하여 ‘작아도 실속 있는’ 업체를 개발하는 게 어려운 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의 주례사가 떠오른다. “ 잘 먹고 잘 사십시오!”

나는 “사십시오.”를 “싸십시오.”로 고치고 싶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은 사양하고, 먹어도 되는 것을 웃으면서 먹고, 하하하 웃으면서 싸십시오! 속이 시원할 겁니다!”

세상만사를 적반하장처럼 생각하여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여 조그마한 성취에도 웃으면서 살아야겠다.

2009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