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고냥이가 갑자기 웬 것이냐?
내 평생 소원 중에 하나가 자유 고냥이(일명 도둑 고냥이)와 친해보는 거였다.
합정동에 살 무렵 2년간 자유 고냥이에게 정을 주었으나 녀석은 끝내 2m 이내의
접근을 허락지 않았다. 놈과 내 거리는 늘 2m.
한데 오늘 아침 냥이 한마리가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음식 쓰레기를 버리려 쓰레기통 앞에 다가섰을 때였다.
어디선가 '야옹' 하고 냥이 소리가 들려왔다.
내 쓰레기 봉지에 고등어 토막이 있음을 감지한 것일까.
내가 '야옹' 하자 녀석은 겁도 없이 내게 다가왔다.
배를 어지간히 곯았는가보다.
고등어 토막을 땅에 떨궈주며 "먹어. 괜찮아." 했더니
일반 자유 고냥이와는 달리 쩝쩝 먹기 시작했다.
아기는 면한 초등학생 정도의 고냥이 같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내가 납작 안아들자
녀석은 저항을 하지 않았다.
집에 데려와 목욕을 시킬 때도 나를 별로 할키지 않았다.
고양이는 털에 물 닫는 것을 엄청 싫어해서
전에 집고냥이 목욕을 시킬 때도 번번히 손등에 고냥이 손톱 자국이 나곤 했다.
한데 요놈은 살살 달래주니 비교적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참 별난 고냥이다.
<동태 살에 밥을 비벼주자 냠냠 먹는다.>
그러더니 이 구석 저 구석을 돌아다니며 찢어지는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엄마 찾는 거야? 포기해, 여기선 안들리니까."
녀석은 와웅, 오웅, 야옹~ 소리도 요란하게 더 울기 시작했다.
그리곤 분주히 방안을 돌아다녔다.
"똥 마렵니? 오줌 누고 싶어?"
"그럼 저기 베란다에 가서 눠. 암튼 넌 우리 집에 온 이상 당장은 못 나가."
녀석은 울다가도 내가 손을 내밀면 내게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도 박았다.
한참 울던 녀석이 잠잠하길래 "냐옹이, 어딨어?" 하며 찾아 다녔더니
뒷베란다에 응가를 해놓고 구석에 가만히 숨어 있다.
내가 손을 내밀자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소파 옆 테이불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한데 갈등이 생긴다. 이 놈을 계속 길러? 말어?
이 넘 때문에 오늘 아침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이 놈을 기르면 난 이 넘과 노느라 아무 짓도 못할 것이다.
암튼 난 소원 한 가지는 푼셈이다.
이 글을 쓰다 말고 나가보니 녀석은 신문더니 위에서 제 침실인냥 깊은 잠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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