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서울 산행>의 '남한산성 몸풀기 산행'에 참석한 것이
내 산행의 첫출발이었다.
참석자는 대장님, 바다님, 나 그리고 나의 지인 낭키와 서샘 해서 모두 다섯명.
대장님과 바다님, 그리고 낭키님은 모두 산행의 왕고참들이나, 나와 서샘은
왕초보 산행이었다.
내가 썼던 산행후기(남한산성 뭄풀기 산행)에도 나타나 있지만,
그날 어찌나 힘들고 대장님(바다님)께 미안하던지,
마음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다음엔 가지 말자, 아니 그래도 가야지, 가지 말자, 그래도 가자....
그랬던 만큼, 어제 나는 두번째로 그 지점을 향하며 감회가 새로웠다.
그러나 집을 나서며 1~2시간만 걷다 올 생각을 굳혔다.
이번엔 다만 서울산행에 대한 나의 연대의식을 표시하는 것으로 끝내고 오자.
마천역-남한산성-왕기봉-이배재- 갈마치-영장산-봉적골 고개-율동공원-산책길-서현역을
감당해 날 자신이 나는 도무지 없으니까.
지난 월욜 장거리 산행을 다녀온 뒤, 다리를 접질러 근육이 늘어난 바람에 다리가 성치 않으니
어찌 8시간 힘든 산행을 해 낼 수 있으랴.
의사도 당분간은 평지만 걷고 산행을 자제하라 하지 않던가.
한데, 결국은 다 마치고 돌아왔다.
이런 걸 '조직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대장님 이하 함께 한 산우들의 기가 의기투합하여 알게 모르게 나를 밀어부친 모양이다.
들머리에서 산성까지 오르는 데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비탈을 오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여기가 몇달 전 내가 그렇게 힘들게 오르던 언덕이란 말야? 이거 였어, 고작?"
쫌만 더 가보자. 아직은 다리가 움직여 주니까."
쉴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며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그래선가 계속 움직일만 하였다. 아니 움직이다 보니
두 다리가 언제 아팠더냐 싶게 풀려 있었다.
어제 걸었던 구간은 시종 부드러운 육산이었다.
흙의 감촉이 어찌나 부드럽고 폭신하던지 까펫을 밟는 기분이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더욱 환상적이었을 코스.
하지만 어제의 황사는 정말 독했다.
나는 간간히 꼴찌로 쳐지기도 하였다.
후미를 맡고 있던 바다님이 보기에 딱한지 스틱을 뒤로 빼며 잡으라고 한다.
갑자기 발에 바퀴를 단 듯 걸음이 빨라지고 힘이 솟았지만
좀 더 잡고 싶은 간절한 유혹을 물리치고 이내 혼자 걷기 시작했다.
녹산 대장님이 산꾼으로서의 나를 낳아준(만들어준)친정 엄마라면,
바다님은 친정 오래비 같은 분이다.
서울 산행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된 산우인데다, 늘 후미를 보며
왕초보인 나를 많이 도와준 분.
산행을 할 때마다 사람 '人' 자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란 더불어 살아가며 완성돼 가는 존재라는-
어제 도상 거리 25키로라는 산행을 하며 힘이 들기도 했지만,
내겐 '몸다지기 산행'의 몫을 톡톡히 해낸 산행이었다.
비록 발바닥이 부풀어 오르고 욱신거리긴 하지만,
이 또한 언제고 거뜬히 극복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삶에 있어서나, 자연에 있어서나 산은 항상 내 앞에 있을 것이고,
나는 부지런히 산을 오를 것이다.
때론 즐겁게, 때론 고통스럽게....
그러면서 내 몸과 정신은 산과 더불어 다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