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내가 낳은 선인장

tlsdkssk 2006. 1. 1. 09:34

내가  선인장을 낳았다.

 

이 애는 올해로 두살,

처음엔 단지 내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한알의 열매였다.

천년초라 불리는 선인장 열매.

짙은 자색의 열매를 이리 저리 굴리다,

어느 날 화분에 묻어 놓고 까마득히 잊었다.

한데 얼마가 지나자 화분에 웬 소나무 순같은 싹이 돋았다.

이게 뭐지? 풀은 아닌 듯 싶은데

작은 초록 도깨비 방망이 같기도 했다. 

 

새 순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볼 살이 찌듯 면적도 넓어지며

선인장 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난 그제서야 내가 심어 놓은 선인장 열매에서

싹이 돋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의 기분은 마치 내가 선인장을 낳은 듯 했다.

처음엔 잎새(가 아니리지만)에 돋은 가시가

연질의 플라스틱처럼 부드럽기만 했다.

그러더니, 사춘기 소년 턱수염 굵어지듯

수염이 제법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이젠 누가보나 어엿한 선인장으로 자랐다. 

첨부이미지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두개의 열매중 하나는 멋모르고

그냥 버렸는데 몹시 아쉽다.

선인장은 단지 하나의 줄기에서 2층이 되고 3층으로

성장했다. 층수가 올라가면서 어디서 어떤 순이 나올지

도무지 예측을 불허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내 맘같아선 내가 원하는 모양새로 순을 냈으면 좋겠는데,

이 애는 자유주의자, 제 맘대로 큰다.     

맨 위 4층에 새로 난 잎은 아예 방향까지 틀었다.

다른잎들은 똑바로 앞만 보고 있는데, 그 애는 옆을 보고 있어

사진에 홀쭉하게 나왔다.

켄챠야자 0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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