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내년엔 무얼 할까?

tlsdkssk 2005. 12. 19. 20:51

정들었던 그룹홈 일은 12월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출퇴근 하시는 수녀님 한 분으론 도저히 안 되어,

그곳에 공동체가 형성된단다.

즉 여러 분의 수녀님이 항상 아이들과 함께

생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 되면 내가 하던 일을

수녀님들이 번갈아 하게 될 것이다.

 

지난번 친구의 의사 은퇴식이 있던 날,

Dr. ㅎ은 내게 낮병원 일을 다시 할 생각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 신경정신과 환자들보다,

딸 같은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훨씬 즐거워 

나는 아무 대답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웃는 동안 전에 참여 했던 치료 프로그램들이

주르르 떠올랐다.

문예 치료, 요리 치료, 사회기술 훈련,  외출,

사이코드라마....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전과 같은 정열이

다시 일렁이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Dr. ㅎ의 병원은 내가 사는 곳과

넘 거리가 멀어 몸이 지칠 것 같다.  

일주에 한번만 하는 건 고려해볼만 하다.

 

이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년엔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죽어라고 동화를 써?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신나게 재즈 댄스나 배워?

암튼 뭔가에 미치긴 미쳐야 한다.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지 않는가.

일단은 이 집에서 이사를 해야하니

살림을 또 정리해야겠다.

책도 버리고, 옷도 버리고,

가구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되

사랑과 열정 한 조각은

비상금 처럼 간직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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