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대녀의 집에 들러 음식을 만들어 주고 왔다.
육개장, 삼계탕, 잣죽, 시금치 나물, 콩나물, 새우 볶음,
멸치 볶음, 계란 말이, 두부찜,
그러느라 하루 밤을 거기서 잤다.
보름 남짓 병원 밥만 먹다가 집 밥을 먹는 대녀는,
꿀맛같이 맛있다며 밥그릇을 다 비운다.
성탄절을 앞둔 내 선물이라고 했다.
대녀 집엔 아롱이라는 숫개 한마리가 있다.
(종자가 뭐드라? 퍼그도 아니고, 마르치스도 아니고,
슈나우저도 아니고, 아이고 다른 넘들 이름은 다 생각나는데,
그 종자 이름은 왜 이리 캄캄한가? 나이탓이다, 나이 탓)
몇년 전에 한번 봤을 뿐인데, 애완용이라 그런가
나를 보고 짖기는 커녕 엄청 반겨준다.
그 넘은 대녀가 일찌감치 고자를 만들어 놨는데,
그래도 본능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지,
내 팔과 다리를 열심히 끌어 안으며 그 짓을 하려 든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 넘은 나랑 자질 못해 안달을 하는게 아닌가.
우리집에 암캐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개를 만지고 온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난리를 피우는지
대녀도 이상하다고 한다.
"나한테 암캐 냄새가 나나? 어, 난 개띠가 아니고
소띠인데.."
일을 마치고 고된 몸을 쉬느라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더니,
아롱이 넘은 발로 문을 박박 긁고 난리가 났다.
나는 누운 채로 팔 하나를 빌려주었다.
녀석은 내 팔이 자기 연인인 양 보듬고 비비고 흥분을 한다.
암튼 참 별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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