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 등산 때 다친 허리를 치료받기 위해
정형외과에 갔다가 의사와 주고 받은 대화록입니다. **
나: 선생님, 저같이 나이 든 사람이 뒤늦은 등산 하는 걸 어떻게 보시나요? 좋다 혹은 나쁘다.
의사:.....(말 없이 빙긋 웃으며 나를 멀뚱히 바라본다)
나:(성미가 급하여 선수를 쳤다) 나쁘다는 말씀인가요? 근데, 의사에 따라서는 좋다고
권장하는 분도 있다는데....
의사: 지금 연세가......(챠트를 보더니) .....네, 맞습니다. 등산, 좋습니다.
나: (희색이 만면하여) 아, 그럼 산행해도 좋다는 말씀이군요. 선생님, 한가지만 더 여쭐 게요.
저는 비교적 다리가 튼튼하다고 자부했는데, 지난번 관악산 때도 그렇고, 이번 산행도 그렇고
암반을 오르내려서인지, 산행 후에 무릎이 이틀 정도 아팠어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혹시 산행 계속하면 연골이 닳고 퇴행성 관절염에 걸리는 건 아닌가요?
제 친구들은 거의 무릎이 나쁘거든요.
의사: 다른 병원에선 등산 하지 말라며 그렇게 말하는 의사도 있을 겁니다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이번에 다리가 아팠다면 그런 허리의 문제일 수 있어요. 허리를 치료하면
부상당하지 않는 한 산행시에 무릎이 아프지 않을 겁니다,
아마 무릎도 한쪽이 더 아프셨을 걸요.
나: 허리는 이번 산행 때 바위 오르다 삐어서 아픈 거구요,
지난번 관악산 때는 허리 안 아팠어요.
의사: 무릎이 아팠다면서요? 그건 허리나 골반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나: 에이, 난생 처음 바위 산을 탔으니 그럴 테죠, 뭐.
의사: NO, 허리 문제입니다.(이때 의사의 어조는 매우 단호했다. 그는 의사 특유의 관찰력과
직관으로 내 몸 상태를 파악한 모양이다.)
나: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의사: 저희 병원에선 허리 특수 치료를 합니다. 그러면 괜찮아요.
나: 오늘은 다리가 멀쩡하고 허리만 좀 아플 뿐인데, 가벼운 산행은 괜찮지 않을까요?.
의사: (한심한 환자라는 듯) 등산 또 하시겠다면 이리 들어와 베드에 반듯이 누워보세요.
다리를 쭉 편 다음, 오른쪽 다리만 들고 내 팔을 밀어 보세요.(의사는 한 팔로 내 다리를 밀고,
나는 의사의 팔을 미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끙끙대며 의사의 팔을 밀었으나
결국 맥없이 밀리고 말았다.) 힘을 주어 나를 밀어 보라니까요.
자 이번엔 왼쪽.(이번에도 내 다리가 의사의 팔을 이기지 못했으나
오른쪽 보다는 힘이 있었다. 팔은 오른 쪽이 단연 센데, 다리는 우째 이 모양?)
보셨지요? 당분간은, 하지 마세요. 내 팔을 이긴 다음 하세요. 그래야 무리 없습니다.
요즘 산길에 빙판도 많은데...
나: 허리만 안 아프면 이겼을 거예요.
의사:(웃음) 네, 맞습니다.
****
여기 까지입니다.
아직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닥터의 말에 신뢰가 갑니다.
저는 전에도 허리를 곧잘 삐곤 했거든요.
병 자랑은 하라 했기에, 구구절절이 늘어 놓았습니다.
혹시 회원님들 중에 조언 주실 분 계시다면, 덧글 부탁드릴 게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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