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의 나무들은 가지며 뿌리가
반들반들 닳아 있는 게 많다.
사람들의 발길에 시달리느라
변변히 안식을 취할 수도 없었을 게다.
이제 그들은 고통조차 모를 것 같다.
체념과 길들여짐만 있을 뿐.
이번 산행 때 나도 나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빙판길을 걸으며 때론 나무 가지를,
때론 나무 뿌리를 붙잡았다.
여느 때도 그렇지만 협소한 빙판 길에서의 나무란
절대의 생명줄이었다.
앞서간 사람들도 나무를 잡았고,
뒤에서 오는 이들도 나무를 잡았다.
나무는 이들로 인해 체력 단련을 하는지도 모를 일.
문득, 나무가 등산로의 구세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센 남성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몸피와 상관 없이 그들은 모두 다 힘센 장사들이다.
어느 인간의 팔뚝과 다리가 그리도 힘이 좋을 것인가.
주의력이 없는 이들에겐 역작용도 있긴 하나,
그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로 인해 부상을 면하고
생명을 건졌을 것이라 본다.
어제, 아차 하는 순간 큰 화를 당할 뻔한 것을
나무 뿌리가 날 살려주었다.
그게 무슨 나무였는지 알지 못한다.
감사의 악수를 하듯 잠시 나무 뿌리를 되만져주었을 뿐.
과학적 실험에 의하면,
식물도 감정이 있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주면 좋아하고,
미워하는 맘으로 대하면
식물의 감정도 나빠진단다.
나무는 아마도 내 맘을 헤아렸을 것이다.
나 : "고마워요, 나무님! ^)^ "
나무 : "Oh, it's nothing! ^)^ "
출처 : 등산로의 구세주
글쓴이 : 애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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