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12월에 만난 여인

tlsdkssk 2005. 12. 3. 07:26

어제 저녁, 인사동에서 A씨를 만났다.

한 시절엔 종신서원까지 한 수녀였으나,

환속 후 모 병원 의학도서관 사서를 하며

수필가가 되었고,

5년 전엔 착하고 인물 좋고 거기에 능력까지 있는

좋은 낭군을 만나 결혼에 성공,  아이 없이 두 부부만

그림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여인이다.

 

그러니까 7년 전쯤이었나.

어느 날 웬 낯모를 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소개하며, 내 글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번 만나고도 싶다고, 이런 전화를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어제 그녀가 저녁을 사겠다기에 모처럼 성장(?)을 하고 나섰다.

그녀는 본디 우아 고상한 공주과 형의 여성이니,

나도 간만에 공주과로 꾸몄다.

가장 아끼던 향수(이름이 뭐더라?)도 아낌없이...

 

2년 전인가, 내가 대구에 살 적에 그녀는 인터불고 호텔에서

나를 부른 적이 있었다.

세미나 관계로 내려왔는데, 얼굴만 비쳐 놓고

이참에 나를 만나고 가겠다는 거였다.

금호강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녀와 나는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스스럼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번뜩이는 물살 위로 이따금 고기들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은빛 고기들이 튀어 오를 적마다 나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고기에 전념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제 우리는 할 말이 많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는, 돈 한푼 없이 아들 결혼식을 무사히 끝낸 애기를

하며 잠시 눈시울을 적시었고,

그녀는, 남편이 2년씩이나 당뇨약을 먹으면서도,

아내가 걱정할까봐 비밀에 부쳐왔던 얘기를 하며

눈가에 물기를 보였다.

"선생님, 저는  그이가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하고

매사에 밝고 긍적정인  사람이라 아프지 않을 줄 알았어요."  

천상의 공주 같은 그녀는 이제사 세상의 공주가 되려는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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