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책상에서 길을 잃다

tlsdkssk 2005. 11. 19. 04:23

습관처럼 책상에서  헤매곤 한다.

책상 주변에  오만 살림이 늘어져 있다 보니,

무엇 하나 찾으려면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야만 한다. 

읽다 만 책은  어디 간거지?

원고 청탁 우편물은 어디 숨었고? 

받아놓기만 하고 미처 인사를 못드린 책들은 또 어디 두었담?

볼펜은?

연필은?

형광펜은?

지우개는?

지갑은?

열쇠는?

수첩은?

핸드폰은?

아니, 글감 메모한 수첩은 또 안보이잖아?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내가 미쳐, 정말....

그것들은 순번을 바꿔가며 날마다 나를 괴롭힌다.

이러기를 수십 번.

드디어 어느 날 맘먹고 책상 정리를 했다.

하지만 해놓고 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 동안은 잡동사니를 온통 늘어 놓아,

책상에서  요리조리 손만 뻗으면 되었는데,

물건들의 번지수를 대충 꿰고 있었는데.

정리를 말쑥히 하고 나니, 

기억이 더 안나고 더 아득한 게 아닌가.

책장에 책을 얌전히 꽂아 보기도 했으나,

내가 책읽는 버릇은 좀 별나서 한꺼번에

이책 저책 보는 관계로 다시 도루묵이 되었다. 

혼돈속의 질서에 워낙 익숙하다 보니.

질서는 되레 더한 혼돈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이래서든 저래서든 나는 이따금 책상 앞에서

미아가 될 수 밖에 없다. 

책 읽을 때는 반드시 손에 연필이 쥐어져 있어야 하는데,

연필이 눈에 띄지 않으면 그것을 찾느라 책상위는 난장이 된다.

난장이 되다보니, 연이어 다른 물건들이 숨어 버린다.

곧 외출을 해야하는데, 어느 땐 지갑이 없고,

어느 땐 꿍쳐 놓은 돈이 없고,

어느 땐 예닐곱장이나 되는 손수건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정말 못말려"

"에그, 등신아~"

"주님, 저 지금 미치겠어요. 빨리 그 물건 좀 찾아주세요."  

어제도 , 그제도 난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며

책상 앞에서 애를 태웠다. 

도대체 이 좁은 책상에서,

누구 한 사람 손대지 않는 나만의 전용 공간에서  

나는 왜 번번이 헤매는 것일까. 

어쩌면  이 짓을  은근히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헤매긴 해도 결국은 찾아내고 말았으니까.

시간을 다툴 일이 있을 때는 애간장이 타기도 하지만,

어릴 적 숨박꼭질 놀음처럼,

애간장 태우는 맛도 때론 짭짤할 때가 있었으니까. 

적어도 일상의 권태를 씻어주는 작은 소일거리가 되니까.

그러고보면  나란 존재는 다소 괴이쩍은 동물인지도 모른다.

 

아침엔 모처럼 책상 정리를 했다.

우선 책상에 즐비한 책들을 탑처럼 켜켜로 쌓아 놓았다.

물론 사흘 못가 다시 주저앉을 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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