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 한 번 만나, 라니.
하이고 벨 일이다.
울 O교수님이 왜 그리도 다정히 말씀하시는 건지
어제 난 그만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 교수님은 본디 전화를 무뚝뚝하게 받기로
소문이 난 분이다.
사모님께 오해 받으실까 그러는지 모르나,
제자들이 문의할 일이 있어 전화를 드리면
단답형으로 아주 짧게 그리고 되도록 무뚝뚝 버전으로
일관하셨던 분이다.
물론 나는 전화를 드린 적이 별로 없다.
언젠가 원고 보내는 일이 착오가 생겨
전화를 드렸더니(물론 그 이전에 이멜로 했지만
멜을 통 확인 않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전화했다),
소문처럼 아주 짧게,
어, 응, 알았어. 이 세마디만 하셨다.
한데 그 분이 이번에 우편환으로
울 아들 축의금을 보내오셨다.
그분으로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그 분께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잔
얻어 마셔 보는게 꿈(?)이었을 만큼,
자린고비 정신(도 아닌 듯 하다만)에 투철한 분이었다.
그 이변에 놀라 어제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전화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님, 전 민혜입니다. 안녕하셨어요?"하자,
반갑고 다정한 음성으로
"어, 그래, 축하해."하신다.
나는 조금 맘이 놓여 ,
"고맙습니다, 선생님.근데 무슨 축의금까지 보내주셨어요.?"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에이, 뭘? 늘 좋은 원고 보내주잖아?" 하질 않는가?
"다 교수님 덕분이지요. 교수님, 늘 건강하세요. "하고 답례하자,
다정한 음성으로
"어, 우리 언제 한번 만나~" 하신다.
어제 그분, 울 O 교수님 맞어?
근데 이상도 하지.
난 교수님의 그 태도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슬펐으니 말이다.
울 교수님이 이제 늙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