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우장산에 올랐더니,
쌓인 낙엽들로 발등이 묻힐 지경이다.
일부 포장도로에 쌓인 낙엽은 사람들 발길에
바숴져 이미 가루가 된 것도 있었다.
바람은 마른가지새로 쉬임없이 불고,
마지막 남은 잎새들은 서로 몸을 비비며 떨고 있었다.
사그락, 뚜욱~
바람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던
떡갈나무 잎새 하나가 그예 지고 만다.
남은 잎새들이 그 광경을 내려다 보며 서걱거린다.
'아, 오늘은 네 차례, 내일은 내 차례.'
무수히 쌓인 낙엽들을 바라본다.
그들도 우리 인간과 다를 게 없다.
살만큼 다 살고 가는 낙엽도 있고,
아직 여린 잎새건만
녹빛으로 병들어 떨어진 것도 있고,
이제 피어났지만, 녹빛을 간직한 채
떨어진 잎새도 있다.
플라타너스 가지엔 근래 잎새를 피운 여린 잎이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떨고 있다.
연 초록 가녀린 잎새를 가만히 만져본다.
감촉이 우단처럼 보드랍다.
아기손처럼 사랑스럽다.
그는 이제 봄이다.
하지만 머잖아 삭풍에 지고 말 것이다.
그는 태어남과 동시 피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다.
자연은 순환하며 우리의 몸과 맘으로도
사계절을 연주하게 한다.
봄엔 환희를, 여름엔 열정을, 가을엔 고독을,
그리고 겨울엔 침묵을.
그렇다, 가을은 모두를 숙연케 하는 사색의 계절이다.
가을은 생자필멸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낙엽을 밟으며 언젠가 나도 낙엽이 될테지, 하는데,
어디선가 또 다시 야호~ 소리가 들린다.
순간 내 안의 모든 상념이 우수수 추풍낙엽이 된다.
낙엽아, 땅으로 가지 말고 저 인간의 입속으로 떨어져
저 끔찍한 소리좀 멈추게 해다오.
나는 낙엽에게 빌고 싶었다.
낙엽지는 소리에 야호를 외친 당신,
그러는 당신도 언젠가는 낙엽이 될 것이고,
그 순간 이 땅 어디선가는 당신 닮은 누군가가
멱따는 소리로 당신처럼 야호를 외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