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 선생님과 산낙지를 먹었다.
어제 토욜은 두분 문우와 만나기로 했던 날인데,
한 분은 연락이 닿질 않아 모연 샘님만 만났다.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청게천을 거닌 후,
모연 샘님과 교보 뒷골목 낙지집을 찾았다.
지난 여름, 모처럼 선생님을 만나 낙지를 먹은 뒤
이번이 두번째다.
기억엔 고등학교 시절에 낙지란 걸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서린동 무교동에 즐비했던 낙지집은 그 매캐한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는데,
나는 아주 가끔 <르네상스>대학생 오빠들에
이끌려 낙지 맛을 보았다.
낙지는 그 때도 비쌌는지, 낙지 볶음 접시엔, 굵게 썬 대파가
한 자리 차지하고, 떡국떡 처럼 썰어 버무린 떡이
또 한자리를 차지했다.
술을 먹지 못하는 나는 단연 안주 킬러로서,
눈치껏 낙지를 골라 먹었다.
낙지볶음을 한 입 먹으면, 물을 한참 입에 물고 있어야
할만큼 혹독하도록 맵고 유혹적인 맛이었다.
지난 번엔 먹은 낙지보다 어제 먹은 낙지가
한결 맛이 좋았다.
접시 가득 토막난 낙지들이 꿈틀대는 걸 보며 나는,
"지난번 보다 더 원시적이네요." 했다.
모연 샘님도 지난번 보다 맛이 좋다고 하신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술 없는 낙지를 먹었건만,
어제는 술 안주로 낙지를 먹었다.
낙지는 내 입안에 짝짝 붙었고, 소주도 입에 달았다.
빈속에 마신 술은 즉시 취기를 느끼게 했다.
그 바람에 주로 나만 떠들어댄 것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종교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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