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생리를 이제 확실히 알겠다.
몸이 넘 피곤하면 남들은 곯아떨어진다는데,
난 되레 잠들지 못한다는 걸.
지난번 청게산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다.
어제 녹산님, 바다님, 모연 샘님, 낭키와 함께
남한산성 산행을 환상적으로 마쳤다.
잡풀 우거진 일부 구간을 행군할 때는
내가 빨지산이 된 상상을 하며 걸었다.
'지금 뒤에선 적들이 쫓고 있어, 빨리 가야 해...'
평지에선 빨치산 만큼 걷겠는데,
비탈에선 거북이가 되는 바람에 애 좀 먹었다.
앞으론 우장산 오를 때, 내가 빨치산이라고
상상하며 훈련해야 겠다.
두 컵의 복분자 술에 취해 비탈길을 비척거리며
하산한 것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말 없이 조용한 산행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술 때문에 괴로워 말이 많았다.
이점 후회막급.
그 좋은 15夜 달빛 아래 가만히 달빛만을 음미하며
걸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내 주정을 들어준 낭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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