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여시

tlsdkssk 2005. 9. 24. 12:14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다.

혈기등등하던 젊은 날엔, 차라리 곰이 더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란 얌체스럽고 진실성이 없으니,

좀 우직하긴 해도, 곰이 더 났지 않은가, 했다.

한데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여시가 좋아진다.

뚱하고 잼 없는 건 싫다.

가벼우면 좀 어떠리. 일단은 즐거워야 좋다.

 

일터에 가도 뚱하고 말 없는 아이는 호감이 덜 간다.

나는 그들 모습에서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보듬으려 해보나, 역시  여시쪽으로 맘이 기운다.

하긴 엣날의 나도 <곰+여시>였지 100% 곰은 아니었잖은가.

 

나와 마주치면,

"이모, 힘드시죠?" 하고 다가오는 아이가 있다.

목소리는 선머슴같지만, 꽤 매력적인 용모를 지닌 아이다.

그 말이 접대형 멘트면 어떠랴.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도 고운 법.

나도 답례를 한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여긴 어째

다 이쁜애들만 모여 있니?"

내 말에 그 여시가 이렇게 말했다.

"ㅎㅎㅎ 이모두, 여기 애들 뽑을 때 미모 순으로

뽑는 것 모르세요?"

요즘 애들다운 재기 넘치는 말에 나는 깔깔 웃었다.

여시가 말을 잇는다.

"이모, 언제 주말에 시간 내어 저희랑 밥좀 같이 먹어요.

늦게 오는 애들은 이모를 못봐서 섭섭해 해요." 

그 여시는 끝까지 내 간을 녹인다.

흐이구, 귀여워라~ 

 

어제 근무를 마치고 오는 길에,

잠시 예비 며늘을 만났다.

내 예비 며늘은 스킨쉽의 명수다.

날 보자마자 내 손을 꼭 잡고

바짝 다가서는 예비 며늘.

아무렴, 곰보다 여시가 백번 낫고 말고.

그렇다고 나까지 여시 시엄니가 된다면 그건 좀 문젤테니.

난 <곰+여시>로 나가는 게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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