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인 오늘도 내 주변을 얼씬거리며
뭘 만드나 지켜본다.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던 수녀님은
귀가하자 마자 접시를 들고 내게로 오셨다.(이곳은 늘 뷔페식이다)
공복으로 검사 받고 오후 3시 넘어 오셨으니
오죽 시장하셨으랴.
자칭 '국보' 수녀님은 들깨 넣어 걸죽히 끓인 토란국을
한 대접 드신 후, 멸치, 가지 나물, 동그랑땡, 김치를
접시에 수북 담고, 밥은 두어 숟갈만 담으신다.
"안나씨, 저는 국을 좋아해서 국부터 먹습니다."
한 대접 퍼드린 국을 다 먹은 게 민망(?)한 듯 웃으시는 수녀님.
그 곁으로 미영이가 끼어든다.
"와~ 동그랑땡이다."
미영의 얼굴은 먹고 싶어 침이 꼴깍 넘어가는 표정이다.
"미영아, 저녁 식사때 함께 먹어야 한다."
수녀님은 미영이가 음식을 집어 먹을까봐,
미리 제동을 거셨다.
절제하며 규칙에 순응하는 훈련도 필요하리라.
특히나 이곳 아이들에겐 그런 수련이 요구된다..
그것을 모르지 않음에도, 나는 미영이가 안쓰럽다.
식사를 마친 수녀님이 주방을 떠나자,
미영이가 다시 내게로 다가온다.
"저, 이거 하나만 먹어도 돼요?"
나는 눈을 찡긋했다.
"이리 와, 너만 몰래 줄 테니."
상황이 급해(?) 나는 손으로 듬뿍 집어
미영이 손에 쥐어 주었다.
미영이 입이 어제처럼 또 귀밑에 걸린다.
수녀님은 아이들에게 규칙과 절제를 가르치려 하지만,
나는 애들 편에 서서 이따금씩 규칙 위반을
할지 모른다. 특히 어린 미영이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