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어느 일본인에게(1)

tlsdkssk 2005. 8. 15. 09:24

오늘은 광복절, 해방  60주년을 기리는 날이다.

그래선가, 나는 문득 당신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갈래머리 고1 때였으니 벌써 수십년 더 지난 일.

명동 성당 문화관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내게,

당신은 이렇게 물었다.

"Can you speak English?"

 

난 처음엔 당신이 장난을 하는 줄만 알았으나,

이내 일본인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수줍음 많고, 더구나 영어에 젬병인 내가

무슨 용기가 솟았는지,

"Yes, I can. but not so well."  

하고 대답했다.

난 유관순  언니의 후배가 아닌가.

일본인인 당신에게 지기가 싫었던 게다.

 

당신은 내 곁에 다가 앉으며 물었다.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몇 학년인지, 학교에선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나는 거의 짧은 단어로만 대답했다. 그나마 모르는 것은 

한자로 써서 대답했다. 당신도 마찬가지 였다.

우린 그게 재밌다는듯 서로 웃기도 했다.

 

그러자 당신은 긴장을 풀며,

당신이 일본의 대학생이라는 것과

학국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다.

그리곤 이내 긴 질문을 해왔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했던 사실을 아는가?

내가 안다고 대답하자,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때 내 친구가 다가왔다.

대순이, 그 애는 계성 여고에 다니고 있었고,

그 때까지도 명동 성당 뒤에 있는 성바오로수녀원에서 하는

고아원에 머물고 있었다. 그 애는 6.25때 부모를 잃은

고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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