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늙은 호박처럼 살 수 있다면...

tlsdkssk 2005. 8. 14. 05:43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운동?

성형?

보약?

영계들과 노는 것? 

그런 것도 방법이야 될 수 있겠지만,

1)새로이 투기(投企)하는 정열과

2)자신을 비판 할 수 있는 엄격한 지성과,

3)타인과 대등하게 객관적 교제를 할 수 있는것,

이 세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한다.

 

화가 '르느아르'는 60세 이후로는 반신불수가 되어,

걸을 수도 없었고, 손도 경직되어 있었지만,

78세로 죽는 날까지 계속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정열은 노년이 되어 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어렷을 적 부터 인생을 열렬하게 사랑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생활 태도를

게속 유지함으로서 가능하다는 거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냉정한 지성 역시 투기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엄격한 지성을 갖추기란 

자신에 대한 준엄하고도 객관적 성찰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어서, 식자들 층에서도 추접하게

늙어가는 이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팔이 안으로 굽듯 인간은 늘상 자기 편에 서지 않는가.

며칠 전 내게 책을 안 산다고 화를 낸 분만 하여도,

그는  좋은 책을 내고자 기울였던 자신의 노고만

생각했지 그 외의 문제엔 등한하였다.

 

나 또한 그 예외에서 벗어 날 수 없음을 안다.

카톨릭에서 하는 통회의 기도 중에

'그외 성찰치 못한 죄에 대해서도

통회하오니(이부분은 비 논리적이긴 하지만)

용서하여 주소서'라는 기도는

얼마나 아름다운 기도인가.

 

대부분의 노인은 실추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거부하고, 예전의 자기를 현재에까지도

계속 동일한 자기로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여 그 과거가 화려했을 수록

인간의 과거에 대한 집착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다행하게도(?) 내겐  열심히, 힘껏 살았던 시절은 있었지만

화려한 과거는 없었다.

게다가  감성이 메마르지 않는 한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문학)을 사랑하고 있다.  

 

내겐 하나의 환상이 남아 있다.

'너는 늙을수록 더 좋은 인간이 될 거야'

나는 이따금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이곤 한다.

어쩌면 그 환상과는 달리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고약한 인간이 될런지도 모르지만,

암환자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듯,

나 또한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은 게다.

그 끈을 놓는다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이들수록 추하고 고약한 인간이 된다면 말이다.

 

십여년 전, 내가 처음 썼던 수필이 <늙은 호박>이란 글이었다.

늙은 호박,

애호박 같은 싱그러움과 풋풋함은 없어도  

잘 빚어 구어낸  도자기처럼 아름답지 않은가.

여기에 애호박 하나와 늙은 호박 하나가 있다면,

나는 단연 늙은 호박을  선택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호박처럼만 늙어질 수 있다면

뭇 인간이 희망하는 회춘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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